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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기운을 나누어쓰기

by 나무에게 2013. 12. 24.

기운을 나누어쓰기 / 온형근

오랜만에 금요 술모임으로 전화를 했다. 두루 전화를 하는데 만만찮다. 필영형은 7시 모임인데 6시에 미리 만나자고 한다. 술을 그동안 꽤나 굶었다고 한다. 나는 미리 보이차를 몇 주전자 마시며 술자리를 기다렸는데... 곧바로 맞짱 뜰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내일은 방태산 민박집에서 1박하기로 한 종대형은 일찍 만나 일찍 마시고 내일 출발을 위하여 일찍 찢어지자고 하신다. 그렇다면 진수형은? 아예 전화를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은 아무래도 도처에 적수가 호시탐탐 시간을 삭이고 있을것만 같기 때문이다.

결국 만나봐야 할 일이지만, 멋진 맞짱을 뜨기 위하여 보이차 한 주전자를 더 마신다. 머릿속에는 오늘 마실 막걸리보다는 만나는 사람들의 면면이 더 생생하다. 오랜만에 많은 것을 떠나 몸을 부딪혀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껏 마음들이 놓여 있을 때이다. 시기적으로나 그동안 미루어 만나지 못하였던 다잡스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혹은 필영형이, 아님 진수형이, 아님 종대형이..이렇듯 몇 몇 사람들이 더 모일 수 있을 것이다. 교생실습을 나온 4명의 후배들도 늦게라도 합류하라고 하였다. 젓가락 하나 더 놓는다는 심보이다.

어느 정도 마셔야 헤어질지 모른다. 곧이어 회의가 있다. 교생 평가회에 이어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거기는 기운을 빼지 않기 위하여 불참하고자 한다. 집에 일찍 들어가 기운을 충전시키고 새로운 기분으로 골목집으로 향하여야겠다. 오늘 만나는 모두가 만만찮은 선수들이다. 조용히 첫 잔을 음미하고 서서히 화제에 빨려들어가되, 아주 깊이 빠져 나를 잃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특정 화제에 매달리는 일은 피해야 한다. 몇 군데 모임을 열거하지 않고, 이 한 모임에만 전력투구할 일이다. 오늘은 내 기운을 조절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