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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창작|생산

나무의 직립성

by 나무에게 2024. 1. 11.

나무의 직립성


온형근




   내원재 중턱이면 거리의 옷을 벗는다.

   이미 덥혀지고 충분히 예열되어 洗心臺로 오른다.
   원림을 미음완보할 숲의 옷으로 환복한다.
   청딱따구리 굵직한 공명으로 사르륵 웃옷을 벗기는 데 동참한다.

   내원재 고개길마다 직립한 나무의 안위는
   치고 올라온 눈발을 곧은 줄기로 막아 선 채
   밤새워 어울리며 흔퇘히 놀아난 흔적 남겼다.
   동쪽 언덕 바라보며 맞선 눈발은 서쪽 줄기,
   그림자처럼 길게 맨살이다.
  
   나무의 직립이 눈발의 그림자를 언덕 이으며 남겼는데
   온통 새하얗게 덮인 숲에서
   솔잎 쌓인 숲의 맨살이 지상으로 직립을 긋고
   걸음마다에 직립의 꿈을 놓지 마라 일깨운다.
   흰 도화지에 나무를 그린 후 명암을 뽑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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