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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더위먹기

by 나무에게 2013. 12. 24.

1주일에 이어서 2주째 소나무 전정을 하였다. 시기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내가 시간이 나길래 시작한 일이다. 소나무로서야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소통이 되는 일이었고, 그 아래 있는 관목들도 역시 늦었지만 웃울 수 있는 그런 일이다. 그저께는 일을 마치고 돌아 오는데...몸이 훅훅 찌며 열이 뭉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작년 8월 15일 쓰러지던 때의 증상과 같다. 겁이 났다. 집으로 오면서 쩔쩔 맨다. 힘 매가리가 없다. 햇볕에 너무 오래 있었나 보다. 맥과 숨이 빨라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소화가 되지 않고 가슴에 꽉 막혀 있다. 간신히 더위먹기 초기 증상에서 이것 저것 먹으면서 몸을 살려 낸다. 그리고는 하루 쉬려고 했는데, 어제 오전 내내 단풍나무류에 알락하늘소가 기승하여 나무가 죽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가지를 골라 주고 재해 지역을 선포한다. 그리고 방제를 준비하여 둔다. 오전에 흘린 땀이 상의를 완전히 물에 적신다. 점심을 함께 나가서 먹으면서 간신히 몸을 살려 낸다. 오후에는 필드에서 빠진다. 최고의 더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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