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맞네, 미친 놈

by 나무에게 2015. 1. 3.

맞네, 미친놈! / 온형근

 

연초 시작을 '국제시장' 으로 시작했다. 영화는 무엇보다 재미 있어야 한다. 재미 있다는 소문으로 보러 간 영화다. 곳곳에 웃을 수밖에 없는 재미가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다. 몸을 뒤틀며 웃기만 했으면 그만이었을 것을 눈물을 훔치는 것은 또 무엇이었겠는가.

 


국제시장 (2014)

7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정보
드라마 | 한국 | 126 분 | 2014-12-17

 

곳곳에 웃고 울게 한 영화 '국제시장', 대체 나는 왜 웃고 울었을까. 왜 웃었는지, 울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거기 앉아 보다보면 웃게 되고 울게 된다. 그래도 내가 지나치게 울었던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덕수가 상자 만들 때, 달구가 찾아온다. 덕수와 달구가 대화하는 중에 덕수의 동생이 서울대에 합격한 이야기가 나온다. 덕수가 미친놈이라고 동생을 칭할 때, 달구는 그게 왜 미친놈이냐고 되묻는다. 그러니 덕수는 자기 동생이 왜 미친놈인지를 공중에 의미없이 흩날린다. 그걸 듣고 달구가 기막히게 깨달았다는 듯이 친구에게 리액션을 한다.

 

'맞네, 미친놈!'

여기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랬다. 어려운 시절을 지나왔다. 위로 누나와 형들, 아래로 동생이 있었다. 중학교만 마치면 어디든 집을 나가 산업역군이 될 수 있던 시절이다. 공부를 어느 정도 잘했어도 마찬가지다. 농사라도 짓고 있었더라면 객지로들 떠돌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공무원인 부친이었지만 공부는 거기까지다. 각자 알아서 자기 길을 택하고 그 길을 걸었다.

 

나는 '국제시장'에서 달구가 말한 '맞네, 미친놈!'이었다.

그 '맞네 미친놈'들이 대학에 들어가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한다. 우리들은 ##대다.' 라고 외치며 대학 시절을 보낸다. 정말 무릎 꿇고 사는 일만은 하지 않겠다고 매일같이 되살아나는 세포에 각인했다. 이제 그 숭고한 가치를 누구에게 되물어봐야 할까.

 

최근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떠올리기 싫은 장면과 겹친다.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 원하는 '맞네, 미친놈'에게 무릎 꿇기를 강요한 일이다. 자기도 '맞네, 미친놈'이면서, 대학에서 숱하게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한다'는 노래를 목청 높이 불렀던 당사자였으면서.

 

자꾸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대체 그런 갑질을 해서 '무릎 꿇은 을'의 기운을 모아 어느 '갑에게 바치는 을질'을 하려는 것일까. 자존의 시대에 자존을 긁어서 모은 '긁힌 자존'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일까. 어느 갑이 '긁힌 자존'을 모아 왔으니 고맙다고 상을 줄까. 끊임없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그만  (0) 2015.02.09
잘 있느냐고 묻는다  (0) 2015.01.14
천부경 해설  (0) 2014.05.29
059. 동정무편動靜無偏  (0) 2014.02.17
경기정원박람회 실험정원 당선작 발표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