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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잘 있느냐고 묻는다

by 나무에게 2015. 1. 14.
잘지내고 있냐고 묻는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아주 폐쇄적으로, 사람들 편하게 인생살이하라고. 잊혀진 사람되라고 마음속은 섭섭하지만 그들의 즐거운 삶에 폐되지 않게 동물적 감수성으로 나를 숨기고 있지. 진심도 불편하면 씹는게 정서겠지. 어제는 어제로 마친거니까. 하지만 오늘 지금 여기라는 시간을 미세하게 쪼개면 지금 속에 벌써, 하마. 이미, 금방 등의 속성이 함께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할 것이야. 지금을 분절하면 다 여기에 해당하지. 그러니 달라질 게 있겠어. 다 같아지는데 자꾸 뭔가 유토피아가 있겠다고 믿는 거겠지.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라는 뜻의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없다ou와 장소topos가 조합된 말이니, 어디에도 없는 장소를 찾아 헤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 그래서 나는 여기를 떠난다고 새로워지거나 희망이 솟거나 하는 어리석은 믿음은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어. 다만 내가 떠난 후, 뭔가 달라질 거라고 믿고 연말연초 입을 맞추는 어리석은 행위에 대하여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으로 슬퍼졌어. 80년대, 90년대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도 내가 속한 조직은 그러지 않았어. 농고는 참으로 의연했고 정당한 조직을 반석처럼 여겼고, 조선 선비의 기상으로, 산업발전과 경제적으로 전화와 자가용 늘고 하면서 농고를 우습게 알던 학부형들이 대놓고 농고 학생과 농고 교육을 함부로 할 때도, 특수교육에 버금가는 학생들을 맞아들여 바닥까지 힘든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끈을 놓지 않았던 게 있다면, 그것은 반듯한 자기자신과의 약속과 세상을 읽어내는 정숙한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가 곧 미래고 과거라는 것을 아니까 가능한 것이지. 오래전부터 '지금 여기'를 세밀하게 분절하며 살았던 거 같아. 그 속에 모든 과거와 미래가 있다는 데 동의했었지. 세익스피어의 희곡에도 같은 말이 나오지. 지금 그리고 여기서 now and here, 최근에 출판된 채현국 선생님의 인터뷰를 엮은 책 '풍운아 채현국'의 채현국 선생님의 울림을 던지는 말이 지금 나를 위로한다. 

:::남은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채 이사장은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남 해코지 안 하고 …. 그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 만하지"라고 대답했다.
채 이사장은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계산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치하는 사람, 권력 가진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그는 "그 사람들도 남의 말 전혀 안 듣는 사람들이죠. 이용하는 것 외에는 남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죠. 이용감이 아닌 남은 전부 귀찮은 존재들이야. 그런 놈을 내가 뭐하러 좋아해요"라며 "권력자나 정치가뿐 아니라 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성 있는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내 명성을 내주고 나에게 쩔쩔 매주는 사람 이외에는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71825)

살면서 살아가면서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몇 가지 생각들이 있는데, 이 겨울이 그런 것들로 자꾸 술을 마시게 한다. 
요즘 배우는 사설시조 세상공명이 더욱 와 닿는 게 인연처럼 엮인다.

세상공명 부운이라, 강호어옹 될지어다
일엽소정 흘리 저어 순류로 나려가니 청풍은 서래하고
수파는 불흥이라.
은린옥척 펄펄뛰고 백구편편 날아든다.
격안전촌 양삼가에 저녁연기 일어나고
반조입강변석벽은 새 거울을 걸었난듯 창랑가 반겨듣고
소리좇아 나려가서
고기주고 술을 받아 취토록 마신후에 애내곡 부르면서 달을 띠고 돌아오니
세상 알가 두려운저

다 뜬구름이다. 늙은 어부나 되겠다. 작은 배 홀로 저으니 물결도 순하고 맑은 바람도 천천히 불어오며 물결도 일지 않는다.
물고기 비늘 반짝이며 펄펄뛰고 기러기 날아든다. 어촌에 저녁연기 일고 석벽 앞은 거울처럼 비추니, 창랑가와 함께 술을 취토록 마시며 노래한다.
달을 이고 돌아오는데 문득 이런 꿈결같이 아름다운 삶을 누가 볼까봐 저어한다.

(이천십오년 정월 열나흘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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