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메타세쿼이아와의 결별

by 나무에게 2013. 12. 24.

처음 메타세쿼이아를 심은 곳은 이천이었다. 조그만 밭을 하나 길러 삽목묘를 재배했다. 그야말로 작은 출발이었고, 그것이 내가 나무를 기른다고 달려 들은 최초가 된다. 그 이듬해 여주로 옮겨야 하였고, 그 밭의 그 나무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주에 밭을 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나무 기르기는 점동까지 이사를 하면서 내가 쓰러지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니까 10여년 나무 기르기에 매달리다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심어진 나무는 늘 그 밭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고, 못내 마음에 걸렸다.

재작년, 2007년에 왕대리에 있는 황벽나무 등을 비우고, 2009년 드디어 학교 옆 윤ㅇㅇ의 밭을 비울 수 있었다. 46만원의 장비비를 들였다. 28주의 6점짜리 메타를 남긴 채 밭을 비우면서 나도 비운다. 이제 28주의 메타를 용차를 불러 안성으로 보내면 된다. 이러면 이제 나무를 기른다는 어떤 인생의 행로, 어쩌면 미망이었던 숲에서 나오게 된다. 아직도 어떤 미망의 숲에 나를 가두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보낼 것들은 떠나고 만다. 아직 뿌리에 흙을 붙이지 못한 채 떠내 보냈지만, 곧바로 흙과 섞일 것이다. 섞일 것을 섞여서 흘러가야 하고, 섞이지 않아야 할 것들은 영원히 머쓱하게 지낼 것이다. 잘 가서 잘 살거라. 내 청춘의 비망록이여.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원 산책  (0) 2013.12.24
몸집 속에 살아 있는 미량의 기운  (0) 2013.12.24
나무나 심지  (0) 2013.12.24
핀오크와의 결별03-지하구조물  (0) 2013.12.24
핀오크와의 결별02-나무의 순환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