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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정원 산책

by 나무에게 2013. 12. 24.

정원은 뜰이다. 뜰은 사람이 거닐 수 있다. 쉴 수 있다. 놀 수 있다. 특정 목적으로 자리를 펼 수 있고 거둘 수도 있다. 때로는 관상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의적인 정원의 뜻에 비추어 관상 대상 하나만으로 정원을 국한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원은 무엇인가. 생산하는 곳이다. 일을 하든, 쉬든, 놀든, 이 모든 것은 생산에 소요되는 그 무엇들이다. 생산에 소요되는 행위가 아니라면 정원의 개념이 왜곡된다.

정원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행위가 배어 있다. 사람이 그 안에서 만들어 내고 누리고 향유하는 모든 것이 정원을 아름답게 한다. 아름다운 정원에는 사람의 풋풋함과 따스함과 온정이 함께 한다. 그러기에 정원은 포근하다. 정원이 아무런 느낌도 없고, 그 안에 비추는 햇살도, 빗물도 새소리도 모두 각자의 의미로 따로라면 그 안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곳,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를 행위하고자 하는 곳, 그런 곳이 정원이다.

정원은 절대로 바깥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걷고 마시고 노닐고 생각하고 말하고 듣고 손부딪치는 오감과 육감이 부단히 자극되어 나를 잊고 태고의 자연에서 생활하던 유전자와 만나는 곳이다. 바람을 느끼고 꽃향기와 푸른 잎의 색감 속에서 찬란한 생각이 빚어지는 곳이다. 그런 정원이길래 좋은 정원은 누구나 그 안에 들고 싶어하고 어떤 동작과 행위를 하고 싶어한다. 앉든 서든 거닐든 뛰든 소리지르든 박장대소하든 욕구가 일어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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