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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모종을 심는다

by 나무에게 2013. 12. 23.

모종을 심는다 / 온형근



마,검정콩,도라지,근대,아욱,토마토,파,옥수수,조,산부추를 심는다.
마는 뿌리를 먹는다.
검정콩은 콩깍지를 따서 열매를 거둔다.
도라지 역시 뿌리를 취한다.
근데 도라지는 빠졌다.
근대와 아욱은 된장국에 어울린다.
토마토는 양념으로 심었다.
그 자리에서 먼저 본 사람이 따 먹는다.
4개를 심었으니 맛을 볼 수 있다.
파는 잘라 먹는다.
옥수수와 조는 마운딩한 동산에 심는다.
따서 장작을 피워 구워 먹을 수 있는 것은 옥수수고,
조는 밥에 넣어 먹는다.
산부추는 향기를 마신다.
그러한 모종들을 심고 흐뭇해 한다.
내침김에 다시 나가서 서성대다가 결국 열무를 솎는다.
검정 비닐 하나 가득이다.

먹을 것이 있는 땅에는 발길이 잦다.
내 머리 속에는 온통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씻어서 막걸리와 겸하여 운치를 얻고자 함이다.
시간이 더디 간다.
좋은 자리를 잡을 생각으로 멈칫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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