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공생의 의지

by 나무에게 2013. 12. 23.

공생의 의지 / 온형근



더불어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있는 게 공생일 것이다. 공생의 의지는 삶의 의지이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은 공생에서 비롯된다. 공생을 하고자는 자연적인 흐름에 호불호가 있을 수 없다. 인간만이 호불호를 안다. 안다는 것은 인식의 세계관이다. 가치를 따지고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 온 후의 풀밭은 싱싱하고 싱그러운 기운이 있다. 풀밭으로 기며 풀 줄기 밑을 거머쥔 채, 뿌리를 뽑아내는 풀매기는 단순 반복이지만,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단순 반복에 생각이 고여 있다.

머리가 복잡하면 육체적인 노동을 하라고 한다. 그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뽑혀나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의 차이가 인식의 진면목이다. 뽑혀나가면 안되는 것을 뽑았을 때의 난처함은 다시 그 자리에 급하게 되심는 일로 메워진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아무 것이나 뽑혀질 것이다. 눈매를 바로 뜨고, 주변의 상황을 직시하여야 한다. 아무래도 공생의 의지를 너무 무시한 듯 하는 풀뽑기다. 아주 커진 풀을 그대로 두면, 다른 풀은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당장의 인식을 위하여 뽑아내지만, 그 자리는 또 다른 풀로 가득해질 것이다.

산다는 것은 또 다른 공생의 의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긴 시간 밭에서 기어다닌 것은, 풀을 뽑으려함이 아니라, 내가 뽑히려함이었던 것 같다. 많이 뽑혀 있다. 풀을 뽑는 집중 속에서도 뒷목이 땡긴다. 뒷목이 땡기고 굳어질 때마다 불쾌하다. 집중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멍청하다 할 수 있는 방향의 집중은 없을까. 집중 속에 몸이 굳는다. 공생의 의지를 뽑아낼 때마다 내 몸은 딱딱해진다. 화해를 시도할 일이다. 공생의 의지를 깨닫지 못해야 할 일이다. 딱딱해진 몸을 비우려 한다.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보공平步功과 반좌 정공半坐靜功   (0) 2013.12.23
유당학인留唐學人  (0) 2013.12.23
모종을 심는다  (0) 2013.12.23
주말 산행과 폭포 식당  (0) 2013.12.23
내적 자아의 반동  (0)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