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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내적 자아의 반동

by 나무에게 2013. 12. 23.

내적 자아의 반동 / 온형근


사방을 두리번 대며 낯설어 하다보면 갑자기 숲이 두렵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허둥대고 만다. 숲의 화음이 짙으면 짙은대로 숲의 울림이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숲을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차게 된다. 곧 어둠이 깔릴 것이다는 서 있는 곳에서의 자기 인식까지 겹치게 되면 견딜 수 없는 혼란에 떨게 된다. 내적 자아의 인식조차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무서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번 낯설다는 생각이 지배해 오면 자아를 닫고 세계와의 소통을 거부하게 된다. 문풍지의 창문을 닫고 이중유리창을 걸게 된다.

숲을 쳐다보며 느끼는 낯설음처럼 심리적 엔트로피를 조성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집중을 할 수가 없어진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는 일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하는 심리적 엔트로피 상태, 이것이 낯설음이 주는 선물이다. 그렇다면 익숙함이란 그렇지 않은가? 이건 좀 더 다른 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익숙함은 자칫 심리적 나태함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반엔트로피 상태는 바람직한 감정이랄 수 있는 행복감 같은 것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곧 몰입의 커다란 환희에 다가설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감정의 질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특정한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는 말과도 통한다. 어떤 이는 아무렇지도 않을 일에 어떤 이는 매우 고통스러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자연만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심리적 반엔트로피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숲이 있는 곳에서 살다 도시의 빌딩 숲으로 옮기려는 지금의 상태는 심리적 엔트로피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조금만 나서도 숲인 이곳을 이제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으로만도 파문이 인다. 고답스럽고 청정스러운 일체의 내적 자아가 반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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