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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손에 지닐 수 있는 것들은

by 나무에게 2013. 12. 23.

손에 지닐 수 있는 것들은 /  온형근

손에 지닐 수 있는 것들은 산행을 거칠게 한다. 빈 손일 때, 사유의 지평은 날아갈 듯 가볍게 뻗친다. 조금이라도 손에 집혀 있는 것이 있을 때, 고요한 생각은 말리고 만다. 번뇌를 넘어설 수 있는 순간에 설핏 내 손에 집힌 뭉툭한 감촉은 눈 앞의 고개를 넘을 수 없게 한다. 거침없이 접신의 경지처럼 내달려도 새벽 산행은 늘 두런거림이고 망설임이기만 한데, 지니고 있는 대상이 있어 곧게 지속되어야 할 적념이 사라진다. 내 안에 있는 욕심도 어떤 물건을 지님과 같아서 산행의 사유에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방해꾼이다.

어둠이 걷히는 시간이라 산에서 만나는 이들의 손에 집힌 것들이 눈에 선하게 들어선다. 한결같이 지팡이에서부터 손전등, 라디오 등이다. 이보다 더 적적한 산행을 꺼리는 이들은 개를 끌고 다닌다. 새벽산행의 기꺼움을 일정부분 버리는 일이다. 손에 지닐 수 있는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때, 산행은 짐이 된다. 가벼운 산책이란 늘 편한 마음을 위하여 모든 것이 예정되어야 한다. 편한 마음에 다가오는 삿된 생각들은 지닐 것이 많을 때 쉽게 평정을 깨트리며 함께 한다. 어둠조차도 이내 걷히고 마는 새벽산행은 산책 이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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