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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보여지는 수목원과 속사정

by 나무에게 2013. 12. 23.

보여지는 수목원과 속사정 / 온형근


오산의 수청동. 물향기 수목원이 개장된 곳이다. 예전에 이곳은 경기도 임업시험장 자리다. 도립수목원이 이 나라에 근사하게 자리 잡았다. 대체 국립수목원인 광릉 수목원을 비롯하여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박대하였던가? 결국 직업으로서 하드웨어적이며 3D라고 일컫던, 그래서 국립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임학-지금은 산림자원학-을 전공한 사람치고 제 전공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꺼렸다. 전공과 관련 없이 기업체에 자리한 많은 임학 전공자들을 보면 그렇다. 하기야 그런 그들도 이제는 임학을 전공한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아니면, 전공한 것이 부끄러워 남몰래 더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전공을 펼쳐나간 동료들이 있었기에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임업시험장 등이 수목원이나 식물원,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자원의 주체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어린이날, 아이는 들떠 있다. 오히려 늦장을 부리는 건 어른이다. 가까운 거리라 자신하며 늦장을 부린다. 그러나 나선 길에서 하품을 할 수밖에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대체 이 차들이 모두 어디를 가는 것인가. 그랬다. 같은 목적으로 나선 차량들. 길에 늘어선 채 긴다. 짝 깔려 있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풍경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흔적을 보러 나선 길이다. 그 묵묵히 전공을 위하여 비전을 가지고 어려운 생활을 이겨 낸 사람들의 흔적이다. 물향기 수목원은 사람으로 가득이다. 아직 채 정비되지 않은 주차장에는 무질서의 주차로 개원의 촌스러움을 보인다. 좀 더 정비한 채 개원을 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인근 난립의 아파트 주민 모두가 나들이 나왔나 보다. 수원 혹은 오산 시민들이 절반은 넘으리라. 옷차림이 특히 신발이 너무 가볍다.

숲속의 쉼터에는 야외 목조 테이블이 놓여 있다. 수목원 입구다. 가족단위로 음식을 풀어 놓고 숲속의 휴식과 음식을 즐기고 있다. 사람이 많지 않은 날, 도시락을 펴 놓고 식사하기에 더 없이 근사한 곳이다. 눈에 밟힌다. 가는 곳곳 숲속의 빈자리마다 차량에서 들고 나온 자리를 펴고 사람들이 시간을 나누고 있다. 숲속의 쉼터가 너무 입구에 나와 있다. 하기야 잘 보이는 곳에 사람들의 휴식공간을 만드는 것은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공원이 아닌 학문적인 연구와 품종 유지, 보전을 주 업무로 하는 수목원에서 자리 깔고 앉거나 누워 곳곳에 진을 치는 것은 단연코 잘못된 이용행태다. 수목원의 풍경은 아니다. 아이와 어른이 공책과 연필을 들고 메모하고 식물의 특성에 대하여 느낌을 공유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아하...소리가 여기 저기 탄성처럼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먹고 마시고 눕고 하면서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주가 될 수 없다. 연구가 주목적인 공간에서의 향유는 공부여야 한다.

그러할진대 이곳 전공에 대한 자긍심 하나로 국가의 미래 자원을 지켜온 묵묵한 사람들의 잔잔한 가슴에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이곳이 또 하나의 공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이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세태가 세태에게, 국가가 국가에게 서로 민망하고 실망하게 되는 일이다. 습지 생태원을 둘러보았다. 물향기 수목원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자연적인 습지가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수목원의 특색을 가르게 된 것이다. 연못 주변을 산책하면서 수생식물을 관찰한다. 연못 언덕에는 두메부추가 사면보호겸 심겨져 있다. 곳곳이 파였다. 내리는 빗물에 파내려간 곳에도 두메부추는 뿌리를 나출시키며 붙어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흙을 모아 덮으려 했다. 그런데 흙이 매우 돌처럼 딱딱하다. 모아지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여러 차례 물을 준 흔적이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 골이 파였다. 두메부추 하나가 떨어져 손수건에 뿌리를 잘 말아 싼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물향기 수목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한다. 일부러 습지생태원만 둘러본다. 서울 상가집을 향하는 발길이 마음을 서두르게 한다. 볼 것을 남겨 놓는 것은 아끼는 마음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열어 보고자 함이다. 맛있는 주전부리를 숨겨 놓고 조금씩 꺼내 먹는 어린 시절도 그랬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얼마나 일상이 풍요로운 것인가. 꽉 막혀 가슴이 답답할 때, 내처 달려가 일상을 잊을 수 있는 풍경 하나씩은 지녀야 한다. 조금씩 꺼내 보면서, 또한 조금씩 식상해 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오래된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랠 게 없다. 나오면서 순서를 정한다. 향토예술의 나무원도 가볼만 한 곳이다. 도립 수목원이라 관리 인원이 충원되어야 할텐데. 기존 직원들의 마인드에 경영 마인드를 더해야 한다. 기존 직원들 속에서 수목원 운영에 적합한 사람을 적극 선발하여 투입하고, 수목원 운영에만 전념할 새로운 하부 조직을 개발하여야 한다. 최고 관리자는 기존 직원 속에서 선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보여지는 수목원의 외부 환경을 위해 내부 조직이 탄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