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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소나무 명상

by 나무에게 2024. 3. 11.

 

소나무 명상

 

 

온형근

 

 

 

   폭설, 쯤이야
   혹한에도 거위털외투 거들떠보거나
   춥다고 오리부추구이 입맛 다시지 않았다.
   산수유 꽃눈 터지려는 파열음, 모골이 송연해질 때도
   나는 강건하여 딱따구리에  몸을 내주지 않는다.
  
   해춘할 때 얼음이나 잔설에 측은지심도 갖지 않은 게 엊그제

   눈 녹고 바람 잦아들면 그만이라

   쑥쑥 위로 고개 쳐들고 비취에서 초록과 청동풍뎅이색으로 계절을 입기만 하면 그만이라

   룰루랄라 기분 좋아 산목재에서 굽어보고 있었건만

 

   남들은 내가 큰 해탈을 염두에 두고

   오르내리는 어떤 이를 돌보았다고 수런대지만

   바람이 산 아래에서 위로 불 때마다 시원하다 방심했을 뿐
   명상하느라 망상을 밑둥치로 내려보내려 애쓸 때

   모가지에 맷돌만 한 헛구역질로 신음할 때

 

   헛헛하여 바람 새는 그곳에 봄물 올라 꽉 차더니

   나의 봄은 명상하다 꺾여 간밤 쩍 소리 하나 남기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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