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떨림
온형근
나무의 새 순은 제 잎 모양을 모른다.
그러니 아이의 입술 내민 삐침이며 심드렁
펼쳐 내기 전에는 세필이라 그릴 게 없어
두렵고 신산하여 긋고 말고 할 여지
애초에 불러내지 않았을 봄바람에 흠뻑 젖는다.
이파리 가장자리에 결각을 낼지
잎 표면에 곡진한 주름을 깊게 낼지 흔적만 낼지
기하의 규칙일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한 번씩 비틀고도 싶고
아무나 달려들어 긁어댈까 봐 거친 융모를 앞뒤로 두를지까지도
애먼 데 먼산에는 별 말고는 빛나지 않았으니
처음 색깔을 청초하게 시작하여 묵직하게 덧칠할지
유화로 반짝이거나 두툼할지를
내 맘대로 못하는 게 어디 있겠냐던 실존은
애초에 잎자루 길이조차 알 수 없었으니
나무의 새순이야말로 천진난만이어서 손 닿는 것마다 잡아당기거나 입 안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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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떨림은 새순이 나올 때 알 수 있다. 심술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입술을 내민다. 새순에는 보이지 않는 유전의 형상이 모두 담겨 있다. 나무의 새순이 떨고 있다는 것은 우주의 생의가 항상 흔들대며 생기를 생성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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