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시간029-時間

by 나무에게 2013. 12. 23.

시간029-時間 / 온형근


시간은 몰두다. 하나의 집중集中이다. 이렇게 집중된 시간은 여유를 생산한다. 도월화귀기법을 수련하기 위해 관악산에서 모인다. 평형공을 배울 도반은 더 일찍 도착하라 했다. 한참을 걸어 올랐다. 급경사의 언덕이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다. 관음사는 쉽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오르니 그때에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커다란 절이 산자락에 웅크려 있다. 다행 곧바로 체력단련장 이정표가 눈에 띈다. 절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접고 곧바로 이정표대로 이끌린다. 계단을 오르면서 절 안의 풍경이 달빛에 그을려 있다.

원장님과 도반 몇이 와 계신다. 평형공을 설명하시고 소나무를 지정해 주느라 플래쉬를 들고 다니신다. 내 눈에 소나무는 그대로 잘 보인다. 상황을 파악하고는 나도 소나무 하나를 선택한다. 굽은 소나무지만 바닥이 평탄하다. 막상 평형공을 하자니 1식만 생각난다. 도반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귀동냥으로 듣고자 하였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1식만 열심히 수련한다. 감기 기운이 쏙 들어간다. 약을 먹기도 하였지만 다르다. 온 몸이 젖는다. 1식 하나만 열심히 수련하는데 손바닥 노궁으로 뜨거운 기운이 들락거린다. 소나무의 뿌리로부터 내 하단전까지 서로의 기운이 오고 가곤 한다.

한참을 그렇게 땀범벅으로 온 몸의 기를 운행하고 있다. 2식을 배운다. 원장님이 오신 김에 나머지 3식, 4식까지 배운다. 식이라는 표현은 오늘 함께 한 도반들의 표현이다. 그럴 듯 해서 나도 쓴다. 2식은 손을 모아 세로로 나무를 켜는 것이다. 가슴의 중앙과 두 손바닥이 모아진 채 나무와 바로 서야 한다. 3식은 가로로 나무를 자르는 것이다. 매우 힘들다. 두 어깨를 벌려 호하면서 나무를 자르고, 흡하면서 하전으로 기운을 부른다. 이때 자른 손이 가슴으로 들어오면서 기마자세를 좀 더 숙인다. 이렇게 낮게 3-4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다.

4식은 또 다르다. 꼬리뼈로부터 등뼈로 어깨로 손바닥으로 장풍을 쏘듯 기를 운행하여 나무를 향해 손가락을 모아 하늘로 향하게 하고 호하면서 뽑는다. 80% 정도 뽑아 내뿜고는 손바닥을 그대로 지면과 수평이 되게 하여 흡하면서 하전으로 기운을 모은다. 소주천을 돌리는 것과 같다. 초식을 배우느라 나머지는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 그런 다음 나무를 등뒤로 돌리고 선다. 모공 호흡을 24회 한다. 모공 호흡을 하는 동안 참 편하다. 호하면서 인체장을 형성하고 흡하면서 단전에 기를 모은다.

모공 호흡이 끝나면 묵운 오행을 한다. 순수한 묵은 오행이다. 6회 실시한 후, 참장을 한다. 참장은 나무와 충분히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참장의 시간을 잘 활용하여야 평형공이 잘 정리된다. 1식부터 4식은 동적인 초식이지만 그 다음 부터는 매우 정적이다. 동과 정이 한데 어우러져서 하나의 수련이 이루어진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집중이 아니다. 집중集中과 집중執中은 다르다. 집중執中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중간을 취하고 지키는 것이다. 치우침이 없다. 온당한 도리를 취한다. 수련은 그렇다.

월화귀기법은 처음 달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일에서 시간이 집중集中된다. 꽤 많은 시간을 달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순환에 빠진다. 처음에는 달을 폐에 담았다가 달에게 돌려주다가 나중에는 기화된 액체로서의 달을 똑똑 떨어뜨리며 폐에 담는다. 그런 다음 폐에 받은 달의 기운을 중심으로 묵운 오행에 들어간다. 오늘은 묵운 오행을 하면서 서 있기 무척 힘들어 했다. 신발 바닥이 서 있는 중심을 제대로 잡아 주지 못했다. 바닥이 평탄한 신발이었어야 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자주 앞뒤로 중심을 놓친다.

서서 하는 수련과 앉아서 하는 수련이 나름대로 특장점이 있다. 묵운 오행 이후의 수련도 앉아서 하는 수련과 거의 같다. 그러니 중간에 잠깐씩 수련을 놓치는 것이다. 바로 잠자리에 들지 말고 수련으로 몸을 다스리라 한다. 음중양의 기운이기에 따뜻한 차를 마시라고도 한다. 11월 산행 수련은 지리산인데 11, 12, 13 금토일 3일간 이루어진다. 계룡산을 갔다가 지리산 한화콘도에서 묵게 되면서 산에서 수련한다. 이때는 꼭 갔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져본다. 다른 날보다 일찍 끝난 셈이다. 긴 길을 뛰다시피 걸으며 사당에서 버스에 오른다.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심031-掌心   (0) 2013.12.23
국화030-菊花   (0) 2013.12.23
흡호028-吸呼  (0) 2013.12.23
정기027-精氣   (0) 2013.12.23
성명026-性命  (0)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