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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흡호028-吸呼

by 나무에게 2013. 12. 23.

흡호028-吸呼 / 온형근


오늘 수련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호흡이다. 도인체조는 오랜만에 했지만 뿌듯하다. 오히려 목을 푸는 첫 단계가 아쉽다. 수련 후 지금까지 목이 무겁다. 누워서라도 목을 움직여 풀고 자야겠다. 도장 안에는 중국 도가협회 방문 행사 기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장계우 부회장은 회장님과 제주에 있다 한다. 세미나 역시 도반들이 많이 도와 잘 마쳤다고 원장님이 인사를 하신다. 함께 하지 못한 행사에 내심 시원하지 않다. 여전히 심교수님께 송구스럽다. 요즘 도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들여 마시고 내 쉬는 게 어려웠던 날이다. 오행기공의 특정 부분에서 자주 정신을 놓친다. 그래도 어긋나지 않고 마치는 부분까지는 함께 한다. 도에 이르는 노력을 한다. 도력이랄 것은 없지만 얕은 수련 흔적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한다. 수련 끝나고 나오는데 오늘은 탁한 음식에 대하여 저절로 구별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탁한 음식의 출발은 술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는 것 자체는 탁하지 않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서 반드시 담배가 따른다. 담배가 따르는 순간이 되면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게 된다.

경건하다시피 수련을 마치고 나선다. 늦은 시간 거리는 흥청거린다. 그 속을 뚫고 나서는 몸은 매우 가볍고 늦게까지 공부한 성취감으로 뿌듯하다. 그래서 흥청 속에 다가설 수 없다. 저절로 그렇다. 이게 버스를 타고 속세의 생각에 몰입하면서 깨진다. 보통은 망설이다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늘은 망설임조차 부분적으로 약해졌다. 포장마차에서 전어회를 먹는다고 한 순간 술도, 담배도.....탁한 음식에 수련이 거둬진다. 정신만 멀쩡하게 배짱으로 두둑해진다. 수련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만 두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가끔 망가지는 가속력을 지닌다. 종일 묵언이었다. 큰 생각을 운행하느라 지닌 묵언은 아니다. 말 할 기운이 바닥이었다. 생각과 말과 거취가 따로 논다. 생각은 말에게, 말은 거취에게, 거취는 생각에게 소외를 뿌린다. 소외는 깊었다. 꺼억꺽 거리며 김밥을 씹는 소외였다. 대신 일을 하나 할 수 있었다. 소외가 깊으니 호흡이라도 우선해야 한다. 호흡은 흡吸-지止-호呼로 이루어진다. 종일 흡吸과 호呼가 없이 지止만 있었던 셈이다. 전어회와 함께 한 술이 止를 呼에게 넘겨 준다. 맑은 술로 기억되는 감자술을 확보해야겠다. 呼일 때, 吸 이전에, 행위에 의한 거취라도 운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전신 모공 호흡을 하라 한다. 명상 기공 시간에 호흡 관련 수련이 귀에 들린다. 아무래도 그동안의 축기가 무색하다. 축기 커녕 처음 시작의 상태보다 옹색하다. 대자연 우주의 기를 전신 모공으로 흡하고 호한다. 우주의 능력을 비교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하늘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호흡에 앉힌다. 하단전에서 수명선을 흡하고 호하지만 느낌이 없다. 회음에서 미려-협척-옥침-백회-미간-가슴-하단에 이르는 내공선 역시 깜깜하다. 가끔씩 노궁이 뜨겁거나 용천이 뜨겁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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