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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정기027-精氣

by 나무에게 2013. 12. 23.

정기027-精氣 / 온형근


도장이 아닌 곳에서도 매일 도인체조를 해야 한다. 그게 미루어진다. 도장이어야만 도인체조를 한다. 이틀에 한 번, 혹은 삼일에 한 번, 그러나 4일 이상 지속되면 다시 체조가 힘들어진다. 오늘은 힘들었다. 설악산행 수련 후 모두들 몸이 뻑쩍지근하다. 산도山道가 있고 가도家道가 있다. 도장에서 하는 수련은 가도가 된다. 산도는 대승불교, 가도는 소승불교와도 비교가 된다. 도장에 나가지 않는 날은 집에서 도인체조만이라도 하여야 한다. 계속 빠지면 몸에서 精이 빠져나간다.

정을 태워서 기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몸 다스림을 게을리 하면 정마저 부족하다. 정을 채우기에 급급해진다. 너무 많은 정을 사용한다. 모두 사용하고 나면 태울 정이 없어진다. 이때는 자연을 주유하며 사용되어진 정을 빌려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을 태운다. 정을 태워 기를 만든다. 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태울 정이 부족하다는 것은 한편으로 역설이다. 그만큼 절제 없이 태어나면서 지니게 되는 원정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만다. 사용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이 그렇게 기꺼이 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특정한 경계를 맞이한다. 20대, 30대, 40대, 50대 하면서 10년 터울 혹은 5년 터울 등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데 이 터울을 통한 경계마다에 몸과 마음이 논의를 펼친다. 생각은 커지고 몸은 부숴지고 있다. 커진 생각이 부숴진 몸을 무시하는 경향이다. 이때가 경계의 고비다. 선도에서는 보통 정기신精氣神이라는 말로 핵심을 노출시킨다. 정기精氣라는 말과 정신精神이란 말의 어원을 정기신에 둔다. 괜찮지 않은가. 정을 태워 기에 이르고, 기를 태워 신에 이르는 게 수련의 요체다.

다산 선생은 을묘년(1795) 주문모 신부 사건 연루 후, 동부승지로부터 금정찰방으로 좌천된다. 거기서 퇴계선생의 서책을 얻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실마리를 찾듯" 읽게 된다. 그때 쓴 '陶山私淑錄'에 "이상스럽게도 정신이나 기운이 편안해지고 뜻이나 생각이 가라앉아 혈육과 근맥이 모두 안정됩니다. 안도감이 들면서 예전의 조폭스럽고 發越하던 기운이 점점 사라지니 이 한 부의 책이 이 사람의 병증에 맞는 약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쓰고 있다. 자신의 정기를 다스리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내가 지금 수련하는 방식이 이러하다.

다시 다산 선생에게 간다. 강진 유배시 주막집 노파집에서 "천한 신분에서 더 이상 천해질 것이 있겠냐면서" 다산에게 아전 자제들이 글을 배우려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때 다산은 막내아들까지 죽은 상태다. 그는 토담집 노파의 주막을 서재로 삼고 그 방 이름을,사의재四宜齋라 짓는다. 생각은 마땅히 맑아야 하고 용모는 마땅히 엄숙해야 하며 언어는 마땅히 과묵해야 하고 동작은 마땅히 후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內省으로 들어간 것이다. 내 백일 축기가 곧 사의재四宜齋의 뜻이어야 한다. 줄이면 생각과 용모, 말과 행동이다. 생각이 맑고 용모는 엄숙하여, 말은 과묵하고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精氣神!,精氣神!,精氣神! 이라 주문처럼 읊조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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