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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환류024-環流

by 나무에게 2013. 12. 23.

환류024-環流 / 온형근



운악산 산행수련에 가지 못했다. 다랑쉬 답사를 우선한다. 아직 산행수련과 인연을 만들지 못한다. 언젠가 심교수님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산행수련이야말로 매우 적절한 심성교육이라 했다. 아직 배움이 짧고 수련 역시 미흡하지만 가끔 남 앞에 서서 배운만큼 지도한다. 산행수련 역시 배운만큼 지도할 수 있다. 이는 내 수련의 마무리에도 좋다. 설악산 수련은 4박5일이다. 9월30일 시작하여 10월4일까지 잡혀 있다. 하지만 일정에 매여 있기에 모두 참여할 수 없다. 토요일 출발하여 개천절에 돌아오기로 한다. 한편으로 빠질 생각도 한다. 내일쯤은 아무튼 결정이 날 일이다.

다랑쉬 답사 때,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나름대로 수련했다. 선도수련은 이끄는 분이 도력이 깊어야 된다. 내 마음대로 이끄는 수련이 나를 잘못 인도할 수 있다. 몇 번씩 도력 깊은 스승의 지도를 받고 혼자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그래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기의 흐름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깊이 생각했다. 오늘은 오랜만이라고 생각한 수련이다. 도인체조에 빠져든다. 약간 상기된다. 스스로 도인체조에 몰두한다. 어렵던 굴신운동도 자신있게 운용된다. 엎드려 좌우 발을 잡고 좌우로 흔드는 동작이 이루어진다. 여태 못했던 동작이다. 물론 아직 뒤집지는 못한다.

전체적으로 도인체조에 적극적인 동작과 애정을 지닌다. 부원장의 지도는 자상하다. 오늘은 도인체조 마무리쯤에 평형공의 제 1식을 알려 준다. 나는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제 3식도 그런식으로 부원장에게 익혔다. 영보필법에 보면 평형공에는 고정보와 활동보가 있다. 평형공이 마음에 드는 것은 나무를 대상으로 하는 수련이라는 점이다. 나무를 마주보고 두 손을 펼친다. 다리는 어깨 넓이로 벌린다. 처음에는 1미터 정도 떨어져 한다. 내려갈 때 내쉬고, 올라올 때 들이쉰다. 세밀하고 균등하며 길게 호흡한다.

나무의 뿌리에서 나무 줄기로 올라와 그 기운이 내게 온다. 내게 온 기운이 다시 나무에게로 가면서 기장이 펼쳐진다. 곧 환류가 이루어진다. 끊김 없이 흐름이 이루어진다. 나무의 기와 내 기가 만나 이루는 기의 공력이다. 처음에는 나무의 기가 크다. 서서히 자신의 기를 펼친다. 나중에 나무와 자신의 기가 만나 하나가 된다. 수련은 나무 없이 하였지만, 손바닥에 매우 큰 기감氣感이 닿는다. 부원장의 지도 때마다 기감을 지닌다. 나무와 생활한지 오래다. 수련 이전부터 나무와 교감하였다. 그래서인지 평형공 1식에서 느껴야 하는 환류의 개념이 몸에 익는다.

나무의 기운과 내 기운이 만나는 접점은 없다. 형태와 질량과 느낌의 저울질은 가능하다. 어느 한 쪽의 고리가 끊기면 흐름은 정지된다. 다시 흐름을 이어대기에는 몇 배의 공력이 든다. 기감이란 환류의 고리를 잘 보존하는 것이라 개념짓는다. 오랫동안 관습처럼 지켜 온 좋은 습관과 규칙들은 고리처럼 이어져 있다. 자체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견고함을 지녔다. 잠깐의 불편함과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건드려 끊으면 아무리 적은 부분이라도 복구에 드는 공력은 크다. 우주가 그렇고 생명이 그러하다. 근래에 보게 되는 허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살아가는 일은 상호 환류를 통한 신뢰다. 환류와는 한참 먼 퀄리티 떨어지는 행세들을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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