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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기감025-氣感

by 나무에게 2013. 12. 23.

기감025-氣感 / 온형근


기를 느낀다. 온 몸의 8만4천 개의 모공으로 기를 느낀다. 그런데 이 8만4천 개의 모공으로 기를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말 뿐이다. 그러나 수련을 계속하면 느낀다고 한다. 기를 느끼는 것은 기감氣感이다. 물에 몸을 담근다. 뜨거운 물에서 뜨겁다. 차거운 물에서 차다. 이게 기감이다. 열기, 온기, 냉기 그러지 않는가. 그렇다면 기감은 어디에서 찾는가. 바람에서 찾는다. 상상력의 발동대로 떠나 보자. 공기空氣는 허공에 가득하다. 허공에 가득한 공기는 바람으로 운행한다. 바람은 기를 뜨겁게 혹은 따뜻하게, 차게 한다.

코에 닿는 바람의 느낌, 이게 기다. 나무를 마주 보고 평형공을 할 때의 느낌이다. 우주에서 모공을 통하여 기를 들락거리게 한다는 것은 고수에게 식은죽 먹기다. 수련 중에 뜨거운 기운을 느낀다. 잠들기 전에 수공을 가끔 하는데, 오히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 뜨거운 기운의 조절이 어렵다. 온 천지에서 뜨겁다. 어떤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불특정 구역에서 제멋대로 뜨겁다. 민감해져 있다. 반응이 구체적이다. 차를 마실 때 뜨거워지는 감응과 유사하다. 이를 제대로 운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만한 경험이 부족하다.

기감은 늘 마음이 닿는 곳에 가 있다. 무시로 떠 올리고 느끼고자 할 때, 그곳에 기감이 있다. 차를 매일 마시지 못한다. 누군가 찾아 오면 기꺼이 차를 내고 함께 마셨다. 그래서 차와 마음은 늘 가까운 동료였다. 요즘은 골방에 있다. 많이 서먹해져 있다. 그래도 꺼내서 차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차를 마시며 뜨거워진다면 이 또한 기감이다. 시공을 달리하여도 마음이 가깝다면 기꺼워진다. 코앞에서 매일 일상을 함께 하더라도 마음이 멀다면 다기에 먼지만 쌓인다. 깨끗이 씻어서 물을 끓이고 장중하게 차를 대한다. 차에서 느끼는 기감을 바람으로 운행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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