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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국화030-菊花

by 나무에게 2013. 12. 23.

국화030-菊花 / 온형근


종일 국화 앞이다. 활짝 핀 국화 사이로 아직 덜 핀 국화들이 청초하다. 다간작의 커다란 국화는 기상이 있다. 분재국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목부작과 석부작은 나름대로 운취가 그만이다. 심교수님과 금선학회에 분재국을 보내기로 한다. 밀리지 않는 시간에 사당을 다녀온다. 종일 도연명의 음주라는 싯귀를 떠올린다. 동쪽 울타리 밑 국화 꺾어 들고(採菊東籬下),유연히 남산 바라본다(悠然見南山). 바라볼 것까지야 없지만 국화를 두고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관찰한다. 마음 속에 동쪽 울타리를 설정한다. 그리고 따뜻한 울타리 근처를 서성댄다.

햇살은 국화와 에너지를 교환한다. 계절의 마지막 에너지다. 벌과 나비가 우주의 마무리 에너지에 붙잡혀 있다. 연못 주변에 쪼그려 앉아 벌과 나비를 지리하게 바라본다. 온통 동쪽 울타리다. 마음 속에 울타리를 하나 만들어 놓고 보이는 모든 국화를 심어둔다. 바라볼 남산도 하나 설정해 둔다. 수련은 깨끗했다. 탁한 몸을 씻어 내기에 적확했다. 도장에 갔다 놓은 국화를 보면서 흐뭇하다. 국화의 기운이 도장에 가득하다. 선도에 든 도반들 모두에게 국화의 기운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시들해져 있는 수련의 성실성에 국화가 채근을 해 주는 성의로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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