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들_메타세쿼이아

오래된 기억들_메타세쿼이아 / 온형근




메타세쿼이아는 공룡시절에도 살았던 나무이다. 은행나무처럼 살아 있는 화석이다. 나는 이 나무와 인연이 깊다. 공룡의 꿈틀거리는 몸동작을 지녔기 때문일까. 내 안에 아직 공룡시대의 피가 흐르는 것일까. 처음 씨앗을 구입하여 파종하였던 나무다. 당시 연암축산원예전문대학에 근무하는 한 사람을 알게 된 것이 시작이다. 그 후 그와 몇 번의 거래를 더 했었다. 그는 순전히 메타세쿼이아를 전문으로 파종하고 묘목을 길러낸 사람이다. 그의 방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내가 씨앗을 그에게 구하여 파종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정된다. 물론 나중에는 아예 묘목을 구입하여 식재하였다. 그때 심었던 나무는 아직도 여주 농장에 있다. 물론 이천에서 씨앗으로 길렀던 나무도 여주에 있다. 두 군데에 나누어 심어져 있지만 잘 자란다. 중간에 캐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용도가 낮다. 예전에 여주의 한 전원주택 입구에 작은 나무를 흙과 수태를 붙여 검정색 비닐 봉지에 넣에 공사한 적이 있었다. 그 집이 어디인지 찾을 길이 없다. 내가 설계하고 나무를 직접 공급한 최초의 조경 행위였는데 말이다. 어떤 이는 이 나무의 낙엽으로 싫어한다. 하지만 봄부터 잎이 단풍으로 지기 전까지는 너무 선명한 녹색을 지녔다. 풍요롭고 또한 도시에서 가로로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성질 사나운 사람들이 가지를 쳐내도 굳건하게 자신의 위용을 지닌다. 그러고보면 매우 여성적인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한국의 어머니들처럼 모성이 강한 그런 나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