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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오후 4시의 커튼을 젖힌다

by 나무에게 2013. 12. 23.

오후 4시의 커튼을 젖힌다 / 온형근



입에서 단맛이 난다.
일어나 고개를 숙인채 지탱할 수 있는지
서서히 머리를 맞물려 있는지
삐거덕대는지 좌우하상으로 돌려본다.
머리를 숙였을 때 온몸에 지진일 듯 쌍심지 켜놓고 신호를 보낸다.
간신히 뇨의를 어쩌지 못해 깊은 해저에서 부상한다.
양말을 챙기고 단정하게 이불을 정리한다.
커튼을 젖힌다.
설악이 흐려져 있다.
뇨의 잠시 잊은 채 곧 어두워진 휘발성의 창 풍경,
저 너머의 일조의 숲을 차지한다.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만 눈에 보인다.
사람이 걷고 뛰는 수런거림은 주어진 시간에만 유통된다.
지금은 완벽할 정도로 조용하다.
마치 풍경은 결벽증으로 에워싸있듯 조용하여 먼 산까지 즐거운 나들이 가능하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뇨의에 이끌릴 참이다.
오후 4시, 커튼을 젖히고 나니 10분의 시간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급강하, 고속비행으로 화답한다.
무기질의 소리와 함께 비행 후 안전장치를 풀어 놓은 채 긴 항해 중 잠시 구름 속으로 가둔다.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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