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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옥잠화에게는 비단 주머니가 있다

by 나무에게 2013. 12. 24.
옥잠화에게는 비단 주머니가 있다 / 온형근


옥비녀꽃, 옥잠화. 달밤에 이 흰꽃은 더욱 처연해. 처연함도 목 매도록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 준 셈. 조선의 부인들은 옥잠화를 심고 가꾸며, 달빛 밝은 날 선녀가 되는 환상을 지녔을까. 뭉툭 하얗게 피며 비녀처럼 고개를 내밀고는 달빛에 부서진다. 부서진 비녀는 선녀의 날개를 닮아 있다. 찢어진 비녀 자락은 치맛자락처럼 흩날린다. 넓디 넓은 옥잠화 잎은 굵은 잎맥을 따라 염원을 모으고 있다. 그저 잘 생긴 옥비녀 하나 달빛에 훤하라고. 나를 버려 존재하고 있음을 비추어낸다. 옥잠화에게 잎은 잘 만들어진 비단주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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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택관리신문,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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