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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도시에 어울리는 스트로브잣나무

by 나무에게 2013. 12. 24.

도시에 어울리는 스트로브잣나무 / 온형근



스트로브잣나무는 도입수종이면서 도시조경에 많이 이용된다. 사실 잣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는 상록침엽수라는 점에서 용도상 차이는 없다. 다만 스트로브잣나무를 보면 보다 여성적인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잣나무의 웅장함이 좋다. 이천농고, 지금은 이천제일고등학교라고 부르는데, 그곳의 교문 진입로에는 잣나무가 매우 좋은 수형으로 자라고 있었다. 20여년 전 이 나무가 홍송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했던 이재승 교감 선생님이 기억난다. 지금은 그 나무가 없어졌다. 길이 확장되면서 학교 진입로 풍경이 달라졌다. 조경수목을 재배하는 업자들은 한동안 스트로브잣나무가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구비하였던 나무이기도 하다. 약방의 감초식으로 공급하였던 것이다. 중부지방의 경우 마땅한 상록수가 없는데다 차폐 및 배경 식재로 공해에도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스트로브잣나무 역시 적지에 심겨져 제대로 큰 경우에는 이게 꽤나 멋진데, 그렇게 잘 큰 나무를 보기가 드물다. 서울숲에 심겨진 이 스트로브잣나무도 수세가 좋지 않다. 최근에는 영동고속도로 주변의 이 나무는 천덕꾸러기처럼 길 확장되면서 치워지고, 염화칼슘에 아랫가지가 바짝 말라 잘려나가고 제 모습을 잃고 우아함과 부드러움 대신 칠부 몸빼바지를 입은 듯, 털 뽑힌 오리나무를 보듯 난삽하다.

(한국주택관리신문, 8월호 원고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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