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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원주권 답사.2_구절초가 피어 있는 풍경

by 나무에게 2013. 12. 24.

원주권 답사.2_구절초가 피어 있는 풍경 / 온형근



2. 구절초가 피어 있는 풍경

구절초가 피어 있다. 단연 계절을 품기에 으뜸이다. 군계일학이 다름 아니다. 주변을 내려다보는 품새 또한 압권이다. 꽃밭에서는 봄부터 작위적일 만큼 제 흥에 겨운 꽃들이 모양, 색깔, 향기, 품격을 내 뿜으며 피어갔다. 더러 고임을 받는 꽃들이 제 터전을 확장하며 자리를 잡고 으스댄다. 꽃밭 곳곳 조금씩 이동되고 변화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시샘하는 시선의 작용이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며 시샘과 이동을 거듭하던 꽃밭에서 늦게 구절초가 피었다.

어쩌다 밀려 제키만큼 가는 띠를 이루며 한 줄로 길게 피어 있다. 활짝 피어 순은의 빛나는 정취다. 구절초가 순은의 모습으로 더 벗길 것 없이 피어 있을 때는 바로 쳐다볼 수 없다. 나로 하여금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게 한다. 바로 이때쯤 구절초가 가장 환상적이다. 아름다움이란 나를 부끄럽게 하면서 조신하게 한다. 내내 사라지지 않는 광경이 되어 풍경으로 익는다. 풍경 하나쯤 지니고 살아가는 일 대수일까 싶으면서도 진하게 뒤집어 쓴 향기다.

거침없이 자신의 나신을 햇살에게 내 보이는 구절초의 결연한 의지 앞에 눈먼다. 내 앞에 온통 구절초다. 높은 하늘, 반짝거리며 빛나는 나뭇잎, 들판과 산 모두에 구절초는 살아 있다. 더 이상 부끄러워 할 틈조차 쉽사리 내 주지 않겠다는 것인 양, 그랬다. 구절초와 함께 했던 답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