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원주권 답사.4_그리다 만 붉은 노을

by 나무에게 2013. 12. 24.

원주권 답사.4_그리다 만 붉은 노을 / 온형근




4. 그리다 만 붉은 노을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는 선암에 들렸다. 어쩌면 선암을 먼저 들리고 영월 책 박물관을 들렸는지 모른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전망대를 잘 만들어 놓았다. 구비치는 물길에 의해 한반도 지형이 만들어졌다. 자연과 사람의 인지가 만난 곳이다. 사람의 인지는 한없이 풍요로워지고, 사람의 직관은 더없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닌지.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답사라는 이름으로 찾아와 확인하고 느껴야 하는지. 대체 무엇을 얼마나 더 느끼고 알고, 행하여야 하는 것인지. 염선생이 가져온 동동주를 풀었다. 밥풀이 동동 뜨는 그야말로 동동주였다.

동동주를 마시면서 속으로 마음이 편했다. 뭔가를 준비하면서 누군가가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에 그것을 준비한다는 것은 감동적이다. 이건 순전히 내가 즐겨 먹는 막걸리 때문이다. 나는 다랑쉬 회원 모두에게 막걸리 예찬과 막걸리 마시는 실천이, 언행일치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야 답사 중 만나기 귀한 동동주를 마실 수 있을까. 동동주를 마시면서 언뜻 동동주 달 타령이 떠올랐고, 그 하늘이 노을지는 것을 보았다. 너무 부끄러운 듯 그리다 만 붉은 노을을 쳐다보며 나도 미안해한다.

그 붉은 노을 주위로 붉음으로 움츠려드는 가을 파란 하늘이 섬찟 대며 머뭇거린다. 저 노을 앞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아직 밝은 데 여명처럼 노을이 은은하여 강렬하다. 그래서 온 몸이 저리고 끔찍하다. 그 붉은 색 그대로 용소막 성당을 찾았다. 내가 도착하였을 때는, 은은한 성당의 불빛과 가로등이 느티나무를 그려내고 있고, 해진 직후의 풍경을 조금씩 도우며 스러지는 풍경을 매달고 있었다. 해진 직후의 풍경을 일삼아 보고 있다. 아주 맛진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알려지지 않고 아는 사람만 조용히 다녔으면 좋을 식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