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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유역

by 나무에게 2013. 12. 24.

유역

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동리나 동네라는 말은 마을이 유역 안에 위치하여 같은 물을 공유하는 단위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이도원 1997, <떠도는 생태학>, 서울: 범양사. 2001, <경관생태학-환경계획과 설계, 관리를 위한 공간생리>, 서울:서울대학교 출판부)
---이도원, 한국 옛 경관 속의 생태 지혜,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4.

같은 우물과 샘, 개울이나 저수지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사용하는 물이 같다는 것은 물을 매개로 만날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만남이 많은 것은 정보교환이 원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물을 쓰는 장정들은 논농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만남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아낙들은 빨래터와 우물가에 모여 이웃간의 정리를 나누었다. 그런 정보 교환과정으로 물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같거나 비슷한 물건을 사용하고 같은 낱말과 억양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같은 유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거형태나 생활도구, 방언 등으로 나타나는 많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었다.(이우형 1996, 옛 지도에서 읽어지는 우리 산 그 줄기: 우리 땅 그 산들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창조의 모태, 한국토지공사편<땅 이야기>. 서울:한국토지공사 홍보실 이도원 2001, <경관생태학-환경계획과 설계, 관리를 위한 공간생리>, 서울:서울대학교 출판부)
---이도원, 한국 옛 경관 속의 생태 지혜,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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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물질과 에너지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결이 달라진다. 물질과 에너지를 취하기 위하여 많은 문화적 정보교환 즉,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유역> 즉 물이라는 요소가 근간이 되어 이루어진다. 백두대간, 정간, 정맥이라는 말이 유역을 설명하는 말이다. 대간과 정간이 줄기라면 정맥은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유역 즉, 물을 중심으로 해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의상대사가 백두대간상에 절을 만든 것도 그러하다. 경계가 되는 줄기에서 유역과 유역의 사람들이 만나서 경계를 풀게 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발견이다.

하지만 백두대간은 우리의 영토 영역에 대한 고착된 관념을 제공한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 후 요동정벌을 위하여 준비하였다. 대학자인 정도전의 지적 배경에 요동이 우리 영토라는 것이 심어져 있었던 것처럼, 백두대간은 자칫 우리의 영토를 한정짓게 하는 도구로 어쨌든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가? 고려 윤관이 세운 동북 9성 역시 그러하다. 그러할 때, 백두대간 역시 아시아라는 큰 영토로 확장하여 보면 하나의 정간일 수 있다. 동물은 두만강을 중심으로 움직여 살지 않는다. 아시아의 더 넓은 영토를 오고 간다.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영토를 동물의 이동 관계를 살피면서 상상할 필요가 있다.

유역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모여 물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고, 그 안에서 물질과 정보, 에너지를 소통시키는 시스템이다. 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곳에 경계를 구분짓게 하는 장애 요인으로서의 자연이 있다. 그것이 대간이고 정간이다. 그것이 마루이고 계곡이고 강이다. 이러한 산과 강과 마루와 계곡에서 만나 이루어지는 물질과 에너지와 정보의 교환이 삶이다. 물질과 에너지와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인 모험심과 즐거운 상상력의 발현일 것이다. 즐거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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