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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이 한없이 선량한 사람들

by 나무에게 2013. 12. 23.

이 한없이 선량한 사람들 / 온형근



꽃박람회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 그리고 고양이라는 생소함, 그래서인지 늘 가지 못했다. 이번에 실내조경을 선도하는 에스빠스조경에서 초대장을 보내줘 내친김에 가게 되었다. 실내조경 콘테스트도 보기 위함이다. 내 손으로 직접 운전하는 경험도 되었다. 생각처럼 사람이 많다. 사진기가 없어 휴대폰으로 찍기로 한다. 가끔 사진기가 없으면 실물을 더 잘 볼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한 나들이보다는 나들이 그 자체에서 문득 떠오르는 영감이 있으면 된다. 입구의 분수 공간이 시원했다. 하나의 공간 진입부에 있는 수경관은 경계짓기에 이용된다. 속과 성, 그리고 진부함과 새로운 진지함 등이 나누어진다. 들어서니 커다란 체육관이다.

실내에서 모든 게 전시되고 있다. 조명을 살펴 본다. 공간은 다양한 주제로 분리되어 있다. 왼쪽으로 도니 토피어리가 많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꽃들이 동산을 이루며 식재 되었다. 전시된 꽃보다는 업체들의 신동향이 나를 이끈다. 부스마다 돌면서 명함과 카탈로그를 챙긴다. 그 중 웰빙 대나무 원두막이 돋보였다. 수입품이다. 320만원이면 근래의 퍼걸러나 정자보다 훨씬 싸다. 앉아보니 무척 튼튼하다. 옥상이나 실내, 실외 어디든 사용 가능하다. 비닐 포장이나 모기장 등은 옵션이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가정용 온실이 단연 압권이었다.

꽃도 이제는 건축적인 용도로서 이용되고 있다. 꽃이 곧 조경이고, 조경이 곧 꽃의 잔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무가 주가 될 수 있지만, 꽃이 주가 되는 경관이 늘고 있다. 수목원과 식물원이 새로운 시대의 테마로서 부각되는 시대다. 자원을 확보하여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고 관리 유지되어야 하는 비효율적이고 힘든 투자다. 그럼에도 환영받고 있고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일종의 국가 기반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개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때 주제가 있는 작은 식물원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내게는 여전히 부럽기만 하다.

실내에서 하는 꽃박람회라 꽃이 부각되기에 어렵다. 분재 전시, 실내정원 전시 등 새로운 아이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꽃꽂이에서 화훼장식으로 실내에서 실외공간까지 차지하는 디스플레이가 보기에 좋다. 스케일이 커지면서 디자인의 대범함도 볼만하다. 실내조경은 콘테스트라는 점도 있지만 식물인 꽃이 주가 되는 것에서 벗어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인공재료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실내조경이라는 일정 면적에서조차 하나의 건축적, 생태적 요소들이 더해져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꽃박람회의 시설물들이 어우러져 이뤄내는 동선은 무난하다.

더군다나 가족들이 휠체어를 끌고 노부모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은 선량하기 그지없다. 나 역시 어머님을 모시고 왔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생각조차 끄집어내지 못한 나와 많은 준비를 해서 찾아온 저 가족의 속내가 너무 비교된다. 꽃은 이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가깝게 느끼고 만지고 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소수이면서 가장 중요한 계획의 전제다. 꽃박람회 뿐 아니라 모든 전시의 동선 계획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두 어시간 남짓 돌면서 여기까지 찾아와 가족과 함께 꽃을 향유하는 이 한없이 선량한 사람들이 있어 절로 상쾌해진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내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