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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점심 시간

by 나무에게 2013. 12. 24.

점심 시간 / 온형근



세 시간 연속 수업을 정성스럽게 하고 나니,
배고픔을 따지게 된다.
짓이긴 마늘을 쌀 천과 CD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라면 2개를 사 들고 집을 향한다.

온갖 땀과 목욕하며 먹는다.
라면을 건져 오이지를 썰어 담근 냉국을 부은 것은 잘했다.
동그란 오이가 씹힐 때마다 소리는 시원 상쾌하다.
밥 한 주걱을 담아 여유 있게 천천히 먹는다.

반신욕 만큼의 땀이 머리에서 흐른다.
오후에는 등산복을 갈아 입고
밭으로 나가 또 한 차례의 큰 땀과 범벅이 되겠다.
후련한 만큼 후련해 지겠지.

그릇에 물을 부으니,
고구마 아줌마에게 받았던 명주 헝겊 주머니가 예쁘게 널려 있다.
마늘을 넣을 자루다.
처음 해 보는 일에 창조적 기운이 있다.
흐뭇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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