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제주 김녕 미로 공원

by 나무에게 2013. 12. 24.

김녕 미로 공원

2006년 2월 24일 금요일
새벽 5시쯤 출발한 제주 답사는 감기 기운과 함께 시작되었다. 역발상을 즐기는 세태가 만연해져 있다.
-김녕 미로 공원에서

[미로]는 무엇일까?
미로는 사유다.
쏟아져 내린다.
꽉 막혔으나 길은 있다.
갈 곳이 없다면 계속 줄기차게 돌면 된다.
두 형제가 내 앞을 지난다.
키가 작은 동생이 휴대폰을 꺼낸다.
어딘가 전화번호를 누른다.
곁눈질 하던 형이 말린다.
"뭘 전화하냐.
엄마, 아빠도 헤메고 있을텐데."
길을 놓친다.
다들 헤메고 있을테니 도와달라 소리도 못한다.
호기심은 곧 조바심으로 바뀐다.
그냥 머물기로 마음을 바꾼다.

미로 속을 걷는 느낌이 좋다.
시끄럽다. 뛰고 떠드는 아이들의 천국이다.
아이고 어른이고 간에 시끄럽다.
자기존재감,
자기 위치를 알리고자 시끄럽고 즐거워 한다.
시간이 지난다.
서서히 갇힌 사실을 알게 된다.
희망이 있을 때는 즐겁고 행복해 하지만
희망이 긴 시간 손에 잡히지 않으면 초조해진다.
삶은 누구에게도 잘못이라고 손들어 주지 않는다.
스스로가 들어온 길이라고 알려준다.
그 길은 미로다.
미로는 사람이다.
사람이 만들고 갇힌다.

2010.6월 한국주택관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