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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땡글땡글한 나무를 기르고 싶다

by 나무에게 2013. 12. 24.

2006년 5월 어느 기회에 에버랜드를 들려야 했다.

그때 유난히 시선을 끌던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내 시집 [고라니 고속도로]에 실린 "땡글땡글한 나무를 기르고 싶다"에 버금가는 분위기를 지녔다.

 

 나무의 정확한 명칭을 알고 싶다.

Chamaecyparis obtusa 로 일단 추정한다.
그 중에서 'Compacta', 'Nana Gracilis' 라고 책에서 비슷한 것을 찾았다.
이게 맞는 것인지, 더 정확하게 에버랜드 근무자에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누구 이곳에 인맥이 있는 분 있으신지, 정확한 품종 이름을 알 수 있게 되기를, 전익요 박사에게 부탁해 둔다.
이 나무를 만나기 전에 한 농장에서 키운 주목을 보고 부러워했다.
그 사진을 찾는다.

위의 왼쪽과 아래의 오른쪽이 남사리 신농장에서 본 주목이다.
그리고 위의 오른쪽과 아래의 왼쪽은 여주에 근무할 때, 내가 하던 일들이다.
지금 위의 오른쪽을 보면 내가 근무하는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의 조경 식재 시공의 현장을 볼 수 있다.
사진이 매우 작다. 이렇게 시작된 이곳은 지금 나무가 울울창창하여 너무 복잡하다.
정리할 요구를 듣고 있다.


용인 남사리 신농장에서 본 땡글땡글한 주목이 좋아 쓴 시를 소개한다. 1년을 살았던 용인에서의 아름다운 기억은 남사리 신농장을 알았다는 것이다. 물론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도 기억해야 할 일이다. 용인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인산성 / 온형근]
반야바라밀다심경을 독송한다 깨달음은 반짝거리는 5월의 햇살 산자락에서 산성을 타고 논으로 출렁댄다 눈부신 기운 들판에 가득 나무가 땡글땡글 여물어 있다 손으로 새순을 톡톡 잘라낸다

  더 자라지 않아 불로장생의 청춘이게끔 꿈처럼 단단한 들판으로 산자락으로 우주로 되돌리는 금방 터질 듯한 포만감 경기평야 처인산성의 화기和氣가 고려의 기운이 어디쯤 실랑대며 바람머금고 환한 미소 눈부실 활짝 열린 밭 자락 가장자리 모퉁이로

  땡글땡글한 나무를 기르고 싶다

  내 몸도 땡글땡글해져
  툭 치면 욕수철 튀듯 떼구르르 구를 수 있는
  키는 배꼽까지
  아랫도리는 건장한 남정네 허리둘레를 두 번 두르고
  윗도리는 날씬한 여자의 개미허리만 하게
  약간 뭉툭하면서 급하게 위로 올린
  비정형의 원추이면서 다산多産의 임부 모습일
  키나 몸매가 일정하지 않은
  그러나 늘 한결 같은




-온형근 시집, 고라니 고속도로, [처인산성], 문학의 전당, 2007.1

한국주택관리신문 201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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