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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세심대와 탁사정과 관란정

by 나무에게 2013. 12. 24.

세심대와 탁사정과 관란정 / 온형근


정자, 당, 각, 헌, 재 등의 편액은 이름붙인 사람의 사상, 생활철학,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특정한 명칭 부여하는 일을 사람은 즐긴다.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일과 통한다. 그래서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이 평생 자기 자신을 가꾸고 표출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내가 꽃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 꽃이 세상으로 펼쳐지는 나래를 지니게 되는 것과 같다. 그 중에 몇 가지 이름 부여의 사례를 본다.

첫번째 관란이다. 주로 정자나 헌에 붙이는 이름이다. 헌은 학문을 연구하는 건물이라는 뜻이다. 觀瀾(물결을 바라본다) [맹자] 관수유술 필관기란에 근원한다. 물을 바라보는 데는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단급처(물결이 급히 흐르는 곳)를 보라는 뜻이다. 공부하다 계류를 보고 심성을 수양하고 그 물결 속에서 옛 성현의 사상과 행적을 느껴보라는 심정으로 관란을 편액의 내용으로 삼은 것이다. 안동 도산서원 경내에 관란헌이 있고 충북 제천시 송학면 장곡리의 관란정이 있다.

두번째는 세심이다. 연못, 누정, 당, 대 등 여러 곳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洗心 [역경] 계사상전의 성인이차세심 퇴장어밀에서 나온 말이다. 심중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낸다는 뜻이다. 마음속의 더러움이란 무엇인가. 일상의 안위와 재물을 탐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의 부정적 속성을 말한다. 이런 마음을 씻어내고 안분지족하면서 심신을 수양한다는 의미 지닌 것이 세심이다. 참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원리 덕천서원에 세심정이 있고,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세심정,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강 건너 유성룡의 옥연서당 경내 세심재, 경주 안강읍 옥산리의 옥산서원 독락당 부근-퇴계 이황의 세심대, 경북 구미시 오태동의 세심당, 경주 월성군 양동마을에 징심대 등이 있다. 참으로 많다. 그만큼 세심이라는 경지를 보물단지처럼 여겼다.

세번째는 관어이다. 주로 대에 붙이는 이름이다. 觀魚 [장자] 추수편에 장자와 혜자의 대화다. 魚樂이라는 말로 나눈 도가적 대화에 연유하였다. 물고기의 자유스러운 군집 유형을 안분지족, 무애, 또는 원천적인 즐거움의 상징으로 여긴 것이다. 장자와 혜자의 대화 경지로 그 달관의 경지에서 무한한 자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을 말한다. 경주 안강읍 옥산리 독락당 계류에 관어대가 있고, 충북 영동의 관어대, 의성 안계면 교촌리의 관어대, 충북 괴산 제월리의 관어대, 안동시 도산면 단천동의 관어대가 있다.

네번째는 탁영, 창랑, 탁사다. 주로 누정, 대, 연못 등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濯纓 갓끈을 씻는다 [초사]의 어부사에서 나오는 말이다. 어부가 빙그레 웃으며, 노를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을 것이다. 했다. [맹자]의 이루상에서 공자와 맹자의 대화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탁영-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고 하니, 이것은 물 스스로가 그런 사태를 가져오게 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창랑자취라는 말이 생긴다. 좋은 말을 듣거나 나쁜 말을 듣는 것은 다 제 할 탓이라는 것이다. 주로 인격수양, 처신 또는 고답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경북 영양 서석지 정원에 탁영석이 있고, 퇴계 이황의 도산 경관에도 탁영당이 있다. 또한 같은 의미로서 창랑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강원도 강릉시 지동의 창랑정, 철원군 정연리 창랑정 등이다. 그리고 제천의 유명한 제천시 봉양면 구학리의 탁사정이 있다.

한국주택관리신문 2010년 1월호 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