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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지리산 내원골과 빨치산 정순덕

by 나무에게 2013. 12. 23.

지리산 내원골과 빨치산 정순덕 / 온형근



한도 끝도 없이 절경인 내원골. 계곡에서의 신비한 풍경과 오랜 세월을 풍파에 노출된 그대로 존재하는 우주의 한량 없이 순한 대응이 가슴에 와 닿는다. 노각나무의 미끈한 허리를 본다. 혼자 보기에 아깝다. 굵고 가는 것들이 섞여서 제멋대로다. 흰 줄기에 황홍색의 반점이 뚜렷하다. 겨울이라 줄기가 잘 보인다. 계곡은 자연 앞에서 솔직하다. 물줄기에 여지없이 파여 있는 곳은 물돌이다. 꺾여 나가는 물줄기의 기세에 주변의 견고한 것들은 손을 든다. 부드럽고 견고한 것들이 물줄기 앞에서 무색하다. 내 안에 들어 있는 견고한 것들 역시 파이고 무너지며 새로운 내를 만든다. 오래된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뿌리를 하늘로 쓰러져 있다. 여름은 부드럽지 않았나 보다. 겨울이 여름을 품에 안고 긴 치료의 시간을 가진다.

이 큰 계곡을 따라 화전민들이 살았다. 빨치산이 활동한 계곡이다. 정순덕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고 체포되었다. 이제는 등산객들이 이곳을 지난다. 나같이 우연하게 비경을 만나는 사람도 지난다. 화전의 꿈은 지속적이다. 사람이 경작하던 터들이 곳곳에 있다. 사람만이 자연을 경작한다. 다만, 욕심을 버려야 할 일이다. 욕심은 자연을 상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상하게 한다. 꼭 필요한 만큼에서 조금 덜어내는 그런 경작의 기본이어야 한다. 지리산 내원골에서는 그런 삶의 기본을 배운다. 등산객들의 신발 소리가 계곡 소리에 묻힌다. 조금 지나니 계곡물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게 없다. 겨울의 치료는 계곡물 소리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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