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채근담 : 前集_001. 영원한 처량함 보다 일시 적막하라

by 나무에게 2013. 12. 24.

前集_001. 영원한 처량함 보다 일시 적막하라

도리를 지키면서 사는 사람은 한 때 적막하지만
권세에 의지하여 아첨하는 이는 영원토록 처량하다
깨달은 사람은
사물의 밖에 있는 사물을 보며
자신의 뒤에 있는 자기를 생각한다
차라리 한 때의 적막함을 겪을지라도
영원히 처량함을 당하지 말라.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달인관물외지물, 사신후지신,
寧受一時之寂寞, 毋取萬古之凄凉.
영수일시지적막, 무취만고지처량.

[차인 생각]
차 마시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옛부터 게으른 사람은 차를 마실 수 없다고 했다. 일단 차생활을 하는 사람은 부지런하다는 이야기다. 부지런한 사람이기에 겁이 난다. 부지런한 사람은 세상의 이치에 밝다. 그럴수밖에, 남보다 시간을 쪼개고 살기에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만나고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세상이 녹록해 보일 수 있게 된다. 쉽게 권세와 손잡을 수 있는 시야가 트인다. 오히려 부지런해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려 든다. 보이지 않는 적막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차인은 조금씩 게으름도 지녀야 한다. 차 마시는 일이 웬지 싫을 때는 멀리 두어도 된다. 그럴 때 사물의 밖에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내 몸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몸 바깥에 있는 나를 떠올릴 수 있다. 가끔 내 자신을 되돌아 보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이 차를 마시는 일이든, 차를 멀리 두는 일이든. 그것이 적막한 일이든 처량한 일이든. 늘 변함없이 끊임없이 되돌아 보는 일에서 차인의 위치를 정해야 한다.

++

차인이란 하루 한 번 정도는 모든 짐을 내려 놓고 차를 우려 마시는 사람으로서, 차실을 간략하게라도 갖추고 있고, 손님이 오면 차를 손수 끓여서 대접할 줄 아는 사람을 여기서는 차인이라고 일컫기로 한다. 차를 공부하고 오랜 생활 충분히 차와 함께 했어도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차생활을 하지 않는 고명한 사람보다는 차에 대하여 소박한 앎을 지녔어도 늘 차를 정성껏 대하며 마시는 사람을 말한다. 차 마시는 적조함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그는 차인이다.

++

2011. 1월 3일. 온형근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경수를 노닐다  (0) 2013.12.24
前集_002. 차라리 소박하고 소탈하라  (0) 2013.12.24
끝을 보려 하지 말고  (0) 2013.12.24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늘 새롭다  (0) 2013.12.24
자기다운 얼굴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