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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천변 풍경

by 나무에게 2013. 12. 24.

 

포장마차 비슷한 주점이다.
지나는 과객이 들려야 할 집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난 집이라 단골이 꽤 있는 집이다.
나 역시 그 집을 꽤 다녔었다.
옮긴 후로는 처음 가 보았다.
대충 그 시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형편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간대별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형편과 내용이 다른 집이다.

아무리 급하게 달려와 주안상을 차려 달라고 해도
무슨 일이 있어서 마음을 달래야 할 처지에 다급해도
이 집의 주안상은 아주 느리다.
물론 주전자에 담긴 술과 대폿잔이야 금방 놓인다.
그러나 안주를 시키면 이 안주 나오는데 짜증날 정도로 느리다.
이것은 이 집의 바깥, 안 사람 모두 한 통속의 속도를 가졌다.
안사람이라고 해서 조금 더 솜씨 있는 속도를 지닌 게 아니다.

그 느림의 속도에 가끔 진력이 나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르게 빨리 내 오는 집과
천천히 아주 느리게 내 오는 집의 차이는,
격한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마음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차이다.
그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읽어낼 게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주렁주렁 잔뜩 온갖 골동품을 달아 놓았나 보다.
그래서 주막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되는지 모른다.

마음을 느긋하게 놓아야 될 수밖에 없을 때,
주변이 환하게 보인다.
그렇게 환한 주변에서 다시 자기 마음이 새롭게 보인다.
방화수류정에 올라가 보는 것과,
바깥에서 방화수류정을 완상하는 것의 차이다.
화성을 한 바퀴 도는 것과 그 화성이 저기 있구나 하는 마음이 다르듯,
화홍문 마루 바닥에 주저 앉아 보는 것은 바람의 용처를 알게 되는 일.
광교천의 비온 후 풍경에 담겨진 화성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