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핀오크와의 결별02-나무의 순환

by 나무에게 2013. 12. 24.

그렇게 핀오크는 사방으로 제 자리를 찾아 떠난다. 그럴려고 그랬는지 작년에는 핀오크 종자를 채취하였다. 작년 가을에 종자를 따서 모은 것은 많다. 산초나무 1,500개, 팥배나무 2,000개, 마가목(원주 치악산) 10,000개, 고욤나무 40,000개, 산수유 1,400개, 그리고 핀오크 7,000개 정도를 채취하였다. 산림속성수로 각광을 받고 있는 튜립나무는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빗자루로 쓸어서 모아 노천매장을 했다. 그중 핀오크와 튜립나무는 3월24일에 파종하였고, 다음날 짚덮기를 하고 오후에는 새끼줄로 눌러 놓았다. 남은 종자들은 온실의 파종베드에 심으려고 준비한 상태이다. 어쨌든 핀오크는 그렇게 파종되었다. 작년에 종자채취를 하지 않았다면 올해 나무가 빠져나간 후 한동안 허전했을 것이다. 친자식이나 같은 나무들이다. 그만큼 애착이 앞선다.

2009년에 파종한 핀오크는 내년쯤 옮겨 심고, 그리고 나서 또 자리를 찾아 심겨져야 할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원산지인 북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자란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여주를 떠나게 되면 이 핀오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 담당자에게 잘 넘겨주어야 할 내용들이다. 파종할 밭이 턱없이 부족하여 점파로 파종하다 나중에는 조파로 파종했다. 한 주먹 움켜쥐고 뿌린 후 복토한 것이다. 사진을 찍어 둔다. 굴취되어 눕혀진 나무의 초췌함을 사진에 담는다. 공원이든, 아파트단지든 저 나무는 굳굳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웅장함을 놓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처음 나무를 캐겠다고 사러 온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핀오크를 더 많이 빼가고 있다. 나와 구두계약을 한 사람이 혼자 나무를 다 쓰지 않고 다른 팀을 불러 들여서 나무를 나누어 캐고 있다. 그래도 책임지는 창구는 처음 계약한 사람으로 단일화한다. 종자 채취 알수와 발아되어 나오는 묘목수가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는 발아율로 결정된다.

왕벚나무를 옮겨심고 나니 회화나무도 옮겨심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자리에 작년에 삽목으로 번식시킨 황금조팝나무를 옮겨 심어야 한다. 그리고 소소한 묘목들이 자리잡게끔 하고 산초나무, 팥배나무, 마가목, 고욤나무, 산수유 등을 파종할 예정으로 있다. 빠져나가는 나무 핀오크만 쳐다볼 수 없는 노릇이고, 빈 자리에는 나무 사러 온 사람에게 키가 낮게 크는 단풍나무를 대체식재하게끔 조치하였다. 공동실습소 마당 가장자리에 빠져나간 핀오크는 지금 나타난 산딸나무를 그대로 두고 둑 중턱 아래에 회화나무를 이식할 계획으로 있다. 그리고 수형을 잡아 주어야 할 산딸나무를 생각한다. 이 나무 역시 예전 조경포에서 빠져 나가 식재된 나무들이다. 종자 또는 삽목으로 나무를 번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렇게 키워진 나무들이 넓게 제자리를 잡으면서 살아 갈 수 있게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연후에 제 몫을 하게끔 판매되어 자리를 잡게 되는 여정을 거친다. 그러니 일정 규격에 도달한다는 것은 유통 단계까지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단계까지 나무를 기를 수 있는 육성포지가 필요하다. 그랬을 때 조경수 조성과 관리는 순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