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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04. 형용사 문장과 사진 속에 드러난 일본 문화 짚어내기

by 나무에게 2014. 4. 23.



004. 형용사 문장과 사진 속에 드러난 일본 문화 짚어내기 / 온형근 

형용사의 부정표현 - 4월23일_일본농업



과연 배움중심 수업과정은 협동학습이어야 할까.

일본농업 코스 수업이다. 형용사의 부정 표현 단원을 학습하는 시간이다. 총 5교시에서 7교시까지의 수업 중 첫 시간이다. 1시간 내내 활기차다. 학습자의 반응은 선생님의 노련한 교수학습 시간 전개에 좌우된다. 일본농업 선생님의 협동학습 진행 수준은 유연하다. 전혀 낯설지 않게 협동학습과 일제 학습을 혼합하여 전개한다. 협동학습이라는 거창한 포장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업이다. 교실 왼편에 있는 TV 화면에 학습목표가 제시되어 있고, 칠판 왼쪽 구석에 타이머를 부착했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협동학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협동학습이 아니더라도 모든 수업에서 적절하게 필요한 상황마다 시간을 측정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교탁에는 한 가득 교구 바구니가 엿보인다. 일본어로 인사를 나누고 학습목표와 전시확인 후 선생님은 2명의 학생의 도움으로 준비해 온 사진을 칠판에 붙인다. 칠판에 칼라로 출력한 B4 크기의 사진이 테이프로 붙여지는 동안 선생님은 거꾸로 붙여진 사진을 제대로 붙이면서 적절한 수업 환기를 시킨다. 붙이는 동안 학생들은 칠판에 집중한다. 


칠판에 붙인 10장의 B4 크기의 칼라 사진이 

오늘 수업의 핵심 학습 도구다. 학습목표를 구현할 키워드격이다. 사진이 많이 본 듯 낯익지 않냐는 질문에 학생들 반응한다. 이미 학습 분위기를 장악했다. 이때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이끌려 있다. 사진을 보고 형용사를 공부한다. 선생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모두가 함께 문답하며 착착 진행된다. 사진1은 택시이고 검다, 싸다라는 형용사를 공부하고 계속 다음 사진으로 이어진다. 사진2. 집(밝다, 비싸다), 사진3. 고양이(작다, 크다), 사진4. 100엔상점(싸다, 빨갛다), 사진5. 전차(작다, 가깝다), 사진6. 기차(멀다, 비싸다), 사진7. 축제(작다, 가볍다), 사진8. 여인 성년의 날(귀엽다. 무겁다), 사진9. 화폐(새롭다, 낡다), 사진10. 정식(가볍다, 맛있다)의 순서로 활발한 수업이 전개된다. 그러면서 수업은 모둠별 책상배치로 전환된다. 선생님은 모둠별 책상 배치에 5초의 시간을 준다. 익숙하게 모둠이 만들어지면서 모둠별 1명을 호출하고 준비된 학습자료인 칠판 사진과 똑같은 축소된 흑백 사진을 조별로 10장씩 나눈다. 이제 수업은 본격적으로 모둠별 협동학습으로 진입한다. 과제는 조별로 사진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칠판에 있는 사진을 순서대로 설명하는 

선생님은 형용사 내용의 수업만 고집하지 않았다. 그 사진에 깃든 일본 문화를 깊이 있게 짚어준다. 수업이란 수업 내용만 진술되는 게 아니다. 선생님의 인문학적 소양까지 엿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칠판에 붙인 사진마다에 한국과 다른 일본 특유의 문화를 정확하게 끄집어 내서 쪽집게처럼 학생에게 언술로 이끄는 바람직한 수업 모델에 흐뭇해진다. 선생님은 순회하면서 모둠별 학습을 돕는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시간을 카운트하면서 제한 시간내에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안내한다. 아주 능숙하다. 수업 시간을 쪼개어 학습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안배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연출에 정직하게 반응한다. 이어서 모둠별로 만들어진 문장을 발표하고 다시 모둠별 새로운 학생을 호출하여 또 다른 수업 보조 교구를 나누어준다. 이렇게 모둠별 4명이 모두 자기 역할을 한 번씩 수행하게끔 수업을 안배한 것도 돋보이는 수업 기술이었다. 칠판에 5개 모둠을 적고, 모둠별 문장 발표가 칠판 10장 사진의 몇 번인지를 보조 칠판에 적어 모둠별로 답을 보인다. 5개 모둠이 2회 반복하여 10장 사진의 형용사 문장이 발표되었고 가장 정답을 많이 발표한 모둠과 그렇지 않은 모둠이 결정되는 동안 학생들은 적절한 몰입과 긴장이 가능했다.


짜임새 있는 수업이란 선생님과 학생의 상호 긴장이다.

일면 학생의 모둠별 정답 발표가 반복의 익숙함으로 길들어지는 듯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모둠별 2회 정도는 흐트러지기 직전의 횟수였다. 1회만 더 할 욕심이었다면 수업의 정교함은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수업 계획은 자세하고 실제적이었다. 보조 칠판에 정답을 들 때도 선생님은 3초의 시간을 주고 학생 모두 듣게끔 카운트 해 주었다. 마지막 정리 시간에서도 학생들 쓴 문장이 틀렸던 맞았던 간에 칠판의 해당 번호 사진에 보조칠판에 적어 붙이게 했다. 그리고 사진에 붙인 보조칠판의 문장을 선생님이 다시 읽어주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한다. 학생은 자신이 심판관이 되어 맞고 틀림 부분을 집어 내면서 만족한다. 성인의 날 전통 복장 여자 기모노 사진은 비싸다로 선생님이 가르쳤는데, 한 모둠에서 비싸지 않다로 문장을 작성하였다. 선생님은 틀리다고 하지 않고 사람에 따라, 경제적 관점에 따라 비싸지 않을 수도 있다는 덧붙임의 설명은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야 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를 촉발하는 좋은 장면이었다. 교과서 페이지를 펼치라고 하면서 마지막 정리와 차시예고로 정교하게 준비된 1시간 수업이 마쳐졌다. 좋은 수업은 수업을 관찰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