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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18. 숲의 기운 고스란히 스며드는 도심 - 삼진산 대도사

by 나무에게 2014. 5. 6.



018. 숲의 기운 고스란히 스며드는 도심 - 삼진산 대도사 / 온형근



게으르면 가까운 곳만 찾게 되나보다.

새마을 운동 본부가 있는 분당, 이제는 율동공원이라는 성공한 근린공원이 자리한 곳이다. 사찰이 없을 것만 같은 공원 인파다. 오늘 출발할 사찰을 출발 직전에 지역이름과 사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여 결정하는 무심도 꽃 피듯, 물 흐르듯이라고 스스로 위무한다. 오늘 찾을 곳은 대도사다. 도착해야 전모가 드러나겠다. 기대반 실망반 늘 출발은 그렇다. 그리고 돌아올 때 쯤이면 기쁨이거나 침묵이거나 반복되는 행태다. 대도사와 대등하게 전통찻집 '숲속의 작은 집'이 검색된다. 그렇게 길머리에 심고 떠난다. 대도사라는 사찰 이름이 거창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대웅전 전각 하나가 율동공원 앞을 내려다 보고 있다. 법당 안에서 보니 대도전이라는 현판이 걸렸다. 대웅전이면서 그 안에서는 대도전인 것이다. 미미한 기운이 번지지만 그 품은 뜻은 커 보인다.


좌우 숲이 녹음으로 무성하다.

풍요로운 숲의 기운이 번진다. 계단 위에서 내려보니 상수리나무 숲이 번듯하다. 푸르름이 당당하여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절 식구들은 바쁘고, 법당에 든 나는 좌선에 든다. 전신이 녹녹해지게끔 기운이 활발하게 운행된다. 내쉬고 들여마심이 새삼스럽다. 혼잡한 공원의 사람 틈에서 대도사를 향할 때만해도 기대하지 못했는데 넉넉한 숨을 지닐 수 있었다. 조이는 듯한 반듯한 규율보다는 충분하여 모자람 없이 손님을 반기는 곳이다. 아마 이곳의 운영 형태가 무관심한 듯 자유로운 영혼을 반기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좀 더 깔끔하고 매끄럽고 정갈하기 보다는 담담하여 조촐한 분위기가 더 마땅한 곳이다. 모든 어우러짐은 주변 환경과 그곳에서 살며 주고 받는 의사소통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것일게다. 그렇다면 이런 왕래의 한복판에 사찰에서 소임을 지닌 주지스님의 적합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공양간 마당으로 내려가 기웃댄다.

우물쭈물 석탄일을 준비하는 보살과 거사들이 법석인 공양간 마당이다. 세대별 연령별 성별 가리지 않고 맡은바 준비한 일을 나누고 있다. 점심 공양에 들기 위하여 기웃대었지만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자꾸 권한다. 못이기는 체 신발을 벋고 방으로 들어가니 스님과 거사들, 그리고 여러 보살들이 이미 공양을 한 순배 마치고 있는 중이다. 빈 자리를 찾아 앉으니 낯선 사람을 대뜸 스님 참견으로 겸연쩍은 분위기를 씻어준다. 밥도, 국도 그리고 차려놓은 산나물들로 후덕하다. 두릅, 물김치, 나물 모아 놓은 접시, 나물로만 끓어낸 된장국, 그야말로 나물 잔치다. 속으로 환하게 감탄한다. 오랜만에 산나물 신나게 먹을 수 있었다. 앞장서서 이것 저것 권하는 통에 말도 몇 마디 못하면서 열심히 맛있게 공양에 임했다. 그득하게 먹고 치우고 나오는데도 마당에서는 큰 손님맞이 음식 장만에 역동적이다. 조심스럽게 인사 드리고 나오면서 사찰과 이어진 '숲속의 작은집'을 들렸다. 건물 가운데 상수리나무가 천정을 뚫고 자라고 있다. 청태전을 우려서 마시면서 曲折로 이루어진 디딤돌을 밟고 다시 세상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