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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06. 편안하고 차분한 전문 지식의 내적 수용

by 나무에게 2014. 5. 14.



006.편안하고 차분한 종자의 품질 지식의 내적 수용 / 온형근

- 종자의 품질과 구조 _ 5월14일 농업기초기술



학생들은 5명씩 6 모둠으로 편성되어 있다.

전시학습을 확인하는 시간도 학습지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선생님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수업 내내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수업을 이끌고 장악하는 매력을 지녔다. 학생들의 수업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에서 교과 선생님 수업의 진정성이 고스란이 묻어 있는 법이다. 본수업으로 들어가면서 교실에 있는 화면에 학습 목표가 제시된다. 학습 목표는 곧 학습 분량이기도 한데, 오늘은 2개가 제시된다. '종자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인을 설명'하는 것과 '종자의 발달 과정과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다. 농업기초기술 교과서를 보니 이 부분은 만연체다. 압축과 생략이 없이 많은 어구가 나열되어 세밀하게 이해하게끔 집필되었다. 학생들이 교과서로 공부하기에는 전문 용어와 긴 문장으로 인하여 외면될 정도이다. 어째 책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잠깐 생각했으나 종자의 품질이니, 종자의 발달 과정과 구조니 하는 것이 농생명산업 교육의 하드웨어적이 기초이기에 피할 수 없는 자세한 설명이었으리라 끄덕이게 한다. 그러나 학생의 자율 학습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교과서 체제의 안타까움이 가시지 않는다.


교수학습지도안의 내용을 함께 살펴본다.

학습 모형은 협동 학습과 발표 학습으로 되어 있고, 학습 자료는 교과서와 학습지이다. 6개의 모둠이 모여 앉아 있고 선생님은 학습 모형에서 약속된 발표 학습을 연다. 조별로 해당 분량을 학습하여 발표하는 형식이다. 사전에 학습 경험으로 익힌 모형인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배움중심수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학생의 참여를 높이는 방법이 되겠다. 발표자는 준비한 학습 내용을 잘 전달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은 교과서를 보며 발표자의 설명을 잘 듣는 형식이다. 발표자 선정 방식이 사전 약속이 되었겠으나, 그래도 어떤 방식의 선정인지 선생님이 사회적 룰을 이루며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어느 상황, 어떤 시간에서도 룰을 되새겨 볼 수 있도록 꾸준히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수업 전개에 대한 약속과 지켜야 할 룰에 대한 환기는 학습 활동에서 가장 기반이 되는 활동이다. 삶의 기본을 이루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사회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학생에게 필요한 사회성 함양의 요소로 활용되어야 한다. 오늘 2개 모둠의 대표가 발표를 하였는데, 학생이 만연체 교과서의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하여 먼저 판서한 후 설명을 나중에 하는 유형과 학생이 판서와 동시에 설명을 같이하는 유형으로 대조적이었다.


교사는 학생 발표 동안에 교실을 순회한다.

학생은 개인별로 지급된 간결하게 요약된 '얼개 학습지'를 받아들고 동료 학생의 발표를 교과서에 줄을 치며 학습 내용으로 전이시킨다. 학생의 판서와 설명 사이의 시공간에서 선생님의 동선과 행동 패턴이 자꾸 걸린다. 학생이 판서만 할 때는 순회하면서 교과서에 줄치며 함께 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고, 학생이 설명을 할 때는 선생님도 교실 앞부분에서 설명하는 대표 학생을 주의 집중하여 바라보는 거동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학생의 발표 태도나 발성 등에 대한 교육적 의도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끔 교실 현장에서 계획된 수업 내용의 한정된 분량을 지탱하고자 꼭 필요한 인성, 생활 지도, 인격, 사회성, 태도와 인생관, 인격 등의 형성을 위한 시간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구상과 달라지더라도 넓은 의미의 교육이라는 생각으로 등한히 여기지 않아야 할 귀중하고 요긴한 가치다. 지식은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전제가 늘 필요한 이유다. 교육의 기저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발표가 끝나면 질의응답 시간을 허락한다. 먼저 발표한 학생에게는 질문이 없었지만, 나중에 발표한 학생에게는 질문이 많았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동안 많은 학생들에게서 활발한 수업 장면이 도출되는 게 흐뭇했다.


요약 정리하는 동안에 잠깐씩 생기는 수업의 끊김 현상

으로 혼란스러웠다.  학생의 발표 후에 교사는 화면으로 요약 정리한다. 학습지를 받아 든 학생은 화면을 향하고, 선생님은 전문 교과의 수업 방식을 과욕을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한다. 학생의 발표 학습 후의 요약 정리 학습이라 문답 학습도 활발하다. 이때 학습지에 화면에서 전개된 수업 내용을 필기 하는데, 이 순간 교실은 고요해진다. 다음 학습을 보여주고 나서도 쓰는 시간에 다시 교실은 정숙해진다.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몇 번 지나면서 관찰하니 매우 괜찮은 전문 교과 학습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면서 생각'하는 과정을 준 것이다. 어느 학습 모형이든 그 수업 효과를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으면 된다. 선생님이 설명하면서 화면에 띄우고, 짧은 정리 부분을 학생이 필기하는데, 이때 교사는 필기 시간을 주면서도 계속 말을 끊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습이었다. 그러나 본 수업에서 선생님은 그 시간에 말을 아꼈고, 학생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생각하는 사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선생님의 수업 관찰에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새로웠다. 교사의 언행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학생 활동이 이루어질 때 잠시 끊어주는 것도 썩 괜찮은 배움 중심 학습 활동의 유형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과연 수업 관찰은 교사의 움직임과 학생 활동의 관찰을 통해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유익한 시간으로 작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