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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07. 무한정 쏟아내는 열정이 딴청으로 갈 곳을 잃고

by 나무에게 2014. 5. 14.


 

007. 무한정 쏟아내는 열정이 딴청으로 갈 곳을 잃고 / 온형근

- 이름과 국적을 묻고 만남의 기쁨을 나눈다_5월14일-중국어


 

쏟아내는 열정만으로 학습 환경이 구성된다면

얼마나 바람직할까. 중국어 수업이다. 강의식과 모둠식을 혼합한 수업 모형이고, 학습 자료로 PPT와 명함카드를 준비하였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교실 구석까지 충분히 전달되는 고음과 억양으로 중국어 수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 알맞다. 처음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먼저 들려준다. 수업에서 도달하여야 할 목표다. 지금은 알아 듣지 못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다시 들려주었을 때는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신이다. 그만큼 선생님은 자기 수업에 대한 요량도 있고 학생들의 도달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동영상을 보여 준 후 학습 목표를 한 화면 가득 크게 보이게 쏘아 주고 전체 학생이 낭독하게 한다. 낭독 소리가 무척 건강하게 울려 퍼진다. 교과서를 펴서 함께 보고 화면에 교과서 세부 부분을 확대하여 수업이 전개된다. 이름을 묻고 대답하는 대화를 먼저 원어민의 발음을 들려주고 선생님이 다시 읽고 학생을 따라 읽는다. 어학 학습에서 이루어지는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의 반복이 시작된다. 그러나 1시간 수업 내내 학생은 중국어 한 글자도 쓰지 않았으니 쓰기 학습은 빠진 셈이다.


교과서에서 학생 주변으로 상황을 바꾼다.

미리 나누어 준 학생 개개인의 중국식 이름을 상기시킨다. 아직 숙지 되지 않은 학생이 있는지 웅성댄다. 이제 짝끼리 이름을 묻고 대답하기다.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자기 이름을 책갈피에서 찾아 꺼내어 소리내어본다. 한국 이름을 중국식 발음으로 숙지한 후 역할을 바꿔가면서 이름을 묻는다. 그런 후 선생님이 특정 학생을 선정하여 대화를 완성시키고자 한다. 자신있게 손 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준비한 제비뽑기로 대신한다. 뽑힌 번호 학생이 선정되고 전체 학생이 그 학생에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고 학생은 자기 이름을 중국 발음으로 대답한다. 두 명에게 같은 대화를 시도한 후, 교사가 묻고 전체 학생이 한꺼번에 중국식 자기 이름으로 대답하는 대화까지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나서 여러 나라의 이름을 중국어로 알려주고 국적을 대답하는 수업 내용으로 전개한다. 이번에는 나라 이름이 적힌 카드를 학생에게 나눠주고 그와 같은 쪽지를 크게 만들어 칠판에 붙인다. 


칠판에 붙인 나라 이름을 분류한다.

유사한 것끼리 둘로 나누어 분류하는 과제를 학생 2명이 번갈아 칠판으로 나와 옮겨 붙인다. 나라 國자가 들어간 나라와 들어가지 않은 나라로 구분하였다. 선생님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중국의 개항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설명한다. 개항 이전에는 중국처럼 나라국자를 붙여서 외국 이름을 만들어 불렀지만, 개항 이후에는 그 나라 이름을 소리나는대로 중국한자로 옮겼다 한다. 과연 중국다운 발상이다. 한국의 지식인도 예전에는 중국에서 정한 나라 이름을 한자로 옮겨서 사용했다. 예전 책이나 신문이 모두 그렇다. 법국은 프랑스이고 덕국은 독일이다. 물론 한자는 그렇지만 중국어로 발음은 또 다르다. 한자 사용권인 우리나라는 나라이름을 한자 글자만 따오고 우리식으로 읽었던 것이다. 이제는 중국의 지명도 한자 그대로 읽던 방식에서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하고 읽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북경이 베이징으로 상해가 상하이로 만주로 알려진 심양이 센양으로 읽는다. 나라이름을 분류하면서 문화사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던 점은 학습의 인문학적 확장성에 기여한 것으로 매 수업마다 이러한 수업 내용의 확장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름과 국적을 묻고 만남의 기쁨을 인사한다.

오늘 중국어 수업의 핵심이다. 나중에 선생님은 외국인으로 우리나라에서 예능에 출현하는 연예인의 중국식 발음 이름과 심지어 인도의 간디까지 화면에 보여주며 중국식 이름을 알려주면서 학생의 관심을 이끈다. 선생님의 자신감과 열정이 그대로 녹아나는 수업이었다. 그러나 아직 수업에 몰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듣는 듯 마는 듯, 외면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 수업에 흥미는 있으나 참여하지 않는 유형이다. 선생님의 열정을 외면하는 학생을 어떻게 학습 경험의 중앙으로 끄집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일부 학생은 학기 초의 내 수업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이제는 내가 다가가 말을 시키고 학생의 닫혀 있는 마음을 건드려 보지만 여전히 '내게만 잘해달라'는 유형이다. 그 몇 학생의 중국어 수업 시간을 유심히 더 관찰할 수 있었다. 수업을 마치는 시점에서 선생님과 학생의 수업은 수없이 많이 만들어 내는 교실 수업에서의 약속과 룰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지지 않아 좌절되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처럼 또 약속과 룰을 정해야 한다. 약속과 룰이 더욱 많이 적용되어 열정있는 중국어 선생님의 수업이 보다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교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