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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031-그 숨결과 설레게 했던 행동의 올바름

by 나무에게 2013. 12. 23.

[고도의 문명으로 인해 고독하고 나약하게 되어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중략)

발해국의 수도를 점령한 후 거란인은 먼저 실컷 약탈을 일삼은 후에야 비로소 이 도시에 무엇인가 무형의 정서가 깃들어 있고, 일종의 문화적 묵계와 같은 틀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리 없는 벽돌, 담장, 도로까지도 강대한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복수를 향한 염원을 품을 수 있었다. 잡으려 해도 어디로 갔는지 방향조차 알 수 없이 사라졌는데도 사방에 가득 넘쳐나는 듯했다. 거란인은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두려움과 야만스러움이 한데 뭉치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일을 저지르게 마련이다. 그들은 수도를 벗어나 남부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이 도로와 건물들로부터 도망쳐 이런 정서와 분위기를 흩어 버리고 싶었기에 불을 질러 이 도시를 철저하게 파괴해 버렸다.]
-위치우위, 천년의 정원, 미래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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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심리적 규범과 사회 질서가 마련되어 쉽게 퇴화하지 않는 발해의 정신이 있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사고하는 질서의 출발이 다른 사람이 하나의 집단을 철저하게 유린하고 있다. 그 정서와 묵계의 틀이 달라지고 있다. 아마 새로운 정서에 부응하여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기존의 틀에서 어떤 역할과 기여, 아니 정체성과 가치관을 지니지 않고 있었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다. 기존의 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새로움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고 오는 것이 그렇다. 한 편에서는 가는 것이 오는 것이고, 한 편에서는 오는 것이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숨결과 설레게 했던 행동의 올바름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어도 남는 것은 원론적이며 섬세한 배려와 함께 집단의 논리를 다룰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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