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안과 밖 그가 걸어온 길은 소박하기만 하다. 그는 그저 꽃이 좋고 풀이 좋아서, 나무가 좋고 숲이 좋아서 산을 찾고 들을 다니며, 정원을 가꾸고 땅을 일구었던 것뿐이다. 그러기에 그는 오히려 한 사람의 풍류가이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가 그저 그렇게 유유자적한 한인閑人으로서 살기에는 너무도 섬세한 감성을 가진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다만 자라는 나무를 정겹게 지켜보듯, 또는 흙을 북돋우고 거름을 주듯 묵묵히 곁에서 그들이 잘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다. 그런 의미에서 온형근 시인은 또한 사색가이다. 그의 말들은 진중하며, 무한한 자기성실성의 깊이를 지녔다. 그 언어가 비록 막걸리 가득한 술잔에 담겨 흐를 때라도, 그는 그것을 헛되이 내 붓거나 흘려버리지는 않는다. 그처럼 그의 시가 보여주는 언어는 그의 마음 안에 담아둔 견고한 소망이자, 혹은 생채기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박윤우(서경대 교수, 문학평론가), 시집 <풍경의 분별> 해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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