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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061-안상학, 나무가 햇살에게

by 나무에게 2013. 12. 23.

나무가 햇살에게 / 안상학


바람 타는 나무가 더러 운다고 해서
사랑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리
그 어느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지 않았고
그 어느 눈보라에도 속까지 젖지는 않았으니

구름 타는 햇살이라 더러 울기야 하겠지만
나에게 이르는 길을 몰라서가 아니리
그 어느 바람에도 날리지 않아서 내 잎새에 이르렀고
그 어느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아서 내 가슴에 스미었으니

어느 날에는 햇살 속에 살겠네
어느 날에는 나무 안에 살겠네


-<문학과 경계>, 200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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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햇살은 참으로 소중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늘 있던 자리에서 소중함을 안겨 준다. 어떤 날은 나무에게 사랑을 호소하고, 어떤 날은 햇살에게 희망을 건다. 시인은 참으로 단순한 진술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깊은 내면을 우려 냈다. 오래도록 차를 우린 후, 다시 국화를 넣어 혼합차를 만들어 마시듯 그렇게 내면의 숨결까지 우려낸다. 바람과 눈보라에, 그리고 바람과 추위에 나무가 혹은 햇살이 살고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사랑의 만감이 나무와 햇살에게 기대어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무는 얼마나 위대한 친구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햇살은 얼마나 포근한 가슴인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황폐한 보금자리에도 나무와 햇살은 어김없이 제자리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고 있다. 그래서 다듬어주고 어루만지며 슬픔을 나눈다. 슬픔 이후의 희망이 거기 있다.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위대한 나무와 햇살의 존재가 있다.
(2006. 12. 12.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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