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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062-김종미, 숨바꼭질

by 나무에게 2013. 12. 23.

숨바꼭질 / 김종미


나는 찾고 너는 숨고,혹은
너는 찾고 나는 숨고

그런데 그 간단한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다구
나는 몇 개의 나를 가지고 있고
너는 또 몇개의 너를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는 날마다 더욱더 신중해지지 않으면 안되거든
게다가 우리의 놀이터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라서 말이야
더욱 치밀하게 숨기고
더더욱 치밀하게 찾아야 해
너를 찾을 때마다 내가 늙고
내가 들킬 때마다 네가 늙으니
재미있는 숨바꼭질, 지겨운 숨바꼭질
이제 그만두자, 그만둘 수도 없는 숨바꼭질
너는 엄마가 되고, 나는 아빠가 되고
너는 할머니가 되고, 나는 할아버지가 되고
너는 귀신이 되고,나도 귀신이 되고
우리는 다시 태어날 자궁을 찾는다

게임의 법칙은 간단하다 하지만
간단한 것이 잘 풀리지 않을 땐 방법이 없지

그래서 엄마,
우린 또 태어났나 봐요

-시집 『새로운 취미』(서정시학,200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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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숨바꼭질을 읽으면서 김종미 시인의 숨바꼭질을 일생의 순환으로 치환한다. 숨바꼭질은 눈을 한 번 감고 뜨면 세월이 지나가는 시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졌다. 숨바꼭질로 대변할 수 있는 삶의 형태가 꽤 있는 게 사실 아닌가. 사람의 일생은 마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영성을 부여할 경우 영원한 것이다. 종교적 내세관이 개입되면 순환되는 것이다. 마쳐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상당히 퍼져 있는 것은 순환되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일생관이다. 어떤 것이든지 도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만 둘 수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게임의 법칙이 아무리 간단해도 그게 일생의 순환 또는 종료와 함께 길을 떠나는 것이기에 어찌할 수 없다. 그래서 일면 간단해 보일 뿐이다. 복잡하게 본다고 해서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인지적 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성적으로 우직하게 간단하다고 여기는 것도 그리 까탈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이 기막히다. 그래서.....우린 또 일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2007. 1. 2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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