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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066-김연대, 기다리는 사람에게

by 나무에게 2013. 12. 23.

기다리는 사람에게 / 김연대


기다리는 사람아
내게서 마무 소식 없거든
내가 돈 버느라고 좀 많이 바쁜 줄 알아라
삐삐를 치고 휴대폰을 쳐도
내게 아무 소식 없거든
내가 벌어들인 돈 날리느라고 아주 많이 바쁜 줄 알아라
눈 오는 밤 대문을 열어 놓고 기다려도
내 소식 없거든
내가 날릴 거 다 날리고 가벼운 몸이 되어
한밤 중 그대 잠든 창가에
하얀 눈으로 날리는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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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릴 거 다 날리면 가벼워질까. 너무 가벼워지면 그대 잠든 창가에 다가설 수 있을까. 너무 가벼워서 작은 휘파람 같은 흩날림에도 방향을 놓치지 않을까. 벌어들인 것이 있으면 날리는 것도 있다는 말인가. 시인의 계단은 한 걸음으로 오를 수 있으면서도 단수를 둔 설정이다. 가벼운 내용이면서도 쉽다. 그러면서도 은은하게 미소 짓게 한다. 마음이 넉넉해진다. 뭘까. 누구나 이 설정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사람의 소식을 알고 싶어하면서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내 소식을 까맣게 지우려 하는 속성. 버는 돈 날리느라고 소중한 것들은 뒷전으로 팽개치고 부전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것. 돌아갈 곳이 있어도 한밤중에 그 근처에서 서성대는 것들로, 그게 나라고 짐짓 눙치고 만다. 흰소리다.
2008. 01. 10.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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