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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083-김용택, 이게 아닌데

by 나무에게 2013. 12. 23.

이게 아닌데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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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은 최근에 정년을 하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관련된 강의를 들으려 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노라, 여유작작 바쁜 일정을 어느 글에서 일별한 적이 있다. 김용택 선생님은 말 그대로 선생님으로서 끝까지 학생들과 면대면으로 정년을 하신 분이다. 교직에 있는 사람은 안다. 그 안에 끓어 오르는 내면을 승화시키는 방법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에게는 그래도 시가 있었다. '이게 아닌데'하면서 시를 쓴 것이다. 그렇다고 무거운 무장으로 세상을 만나지 않았다. 봄이 되어 꽃이 피는 순간의 열락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늘 또 다른 깨달음으로 살았다. 꽃이 지는 것도 열락인 것이다. 그러니 '이게 아닌데'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공부하는 게다. '이게 아닌데'의 궁구는 끝이 없는지 모른다. 다만 그 과정에서 봄이 와서 꽃이 피어나고,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지는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이게 아닌데'는 혼자의 틀에 갇혀 있지 않음을, '사람들은 살았다지요'라고 말하면서 장삼이사를 대신하여 말한다. '그랬다지 아마'해야 할 것을 '그랬다지요'라고 단정짓고 만다.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울부짖듯 장사익은 제6집 시디 '꽃구경'에서 '이게 아닌데'라고 노래한다. 다 쉰 머리를 단정히 빗고 하얀 한복을 입은 채 어설픈 몸짓 또는 춤사위로 슬프면서 진지하게, 그러나 목이 터지라고 불거진 힘줄이 터지는 핏줄일까봐 조마조마하게, 그렇게 부른다. '이게 아닌데'가 화두가 되는 하루다.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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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택관리신문 201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