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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낯익음009-交分

by 나무에게 2013. 12. 23.

낯익음009-交分 / 온형근



원장님이 오셨다. 회장님과 회장님 수행하시는 분, 그리고 원장님, 부원장님 4분의 지도 음성은 다르다. 억양, 파장, 감지 등 차이가 있다. 수련 후 차를 마셨다. 내딴에는 친근감의 느낌을 보냈을 것이다. 도장에서 처음 뵌 분이 원장님이다. 한참을 그렇게 대화를 나눈다. 눈이 마주쳤는데 내게 '많이 뵌 분이다'라고 한다. 거참, 2주 정도 수련을 다녀오셨다. 출발 전 주에 내가 수련을 시작했는데, 그럼 그 때 무척 분주하셨나 보다. 여러 생각들로 가득하셨나 보다. 낯익음은 기가 통함이 아닐까.

짐을 정리했다. 2층 본관의 짐은 주로 책이다. 점심 이후 캐비넷을 열고 여러 차례 계단을 통해 내렸다. 리어카에다 실었다. 다시 과학관 2층으로 올렸다. 풀어 놓으니 많다. 올려 놓는데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명상음악을 틀어 놓고 감정의 동요를 차단한다. 예전 캐비넷을 정리한다. 정진수 사물, 송달용 학습지도안, 생각만 해도 재미 있는 예전 사물들이 나온다. 개중에는 지금 사용할 수 없는 가전제품까지 있다. 수험용 나무토막이 잔뜩 있다. 대충 4개의 캐비넷이 비워진다.

비워진 캐비넷을 채운다. 책을 꽂는다. 일단 필요한 책만 가져다 놓았는데도 많다. 집에 있는 책과 합칠 수가 없다. 들락날락 책이 이동된다.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잠시도 한눈 팔지 못한다. 단순한 일은 즐겁다. 잠깐의 궁리도 좋다. 시간도 빠르게 지난다. 어느듯 조금 일찍 다니라는 부원장님의 언조가 생각난다. 서둘러 정리하고 나머지는 남긴다. 다음날 해야 할 일까지 있으니 즐겁다. 억지로 즐거운 것도 즐거운 것이다. 아직은 지금이 낯설다. 이럴 때는 그냥 두는 것이 좋다. 뭔가 바닥을 차고 일어날 것이 있는 것 같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다. 상책이 있다면 잡아야 한다.

원장님은 벽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벽곡 수련을 다녀오셨나 보다. 아님 벽곡 수련을 준비하는 중인지 모른다. 입문구법의 제 4 법이 벽곡(辟穀)이다. 수련방법은 제 1 보가 단곡(斷穀), 제 2 보가 단식(斷食), 제 3 보가 악고(握固)다. 단곡을 하는 것은 체내에 불규칙적 지대에 가로지르고 있는 섬유상의 물질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단식을 하는 것은 내장에 있는 암규(暗竅 보이지 않는 구멍)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악고를 하는 것은 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원장님은 왕리핑 선생님 이야기를 하신다. 2번이나 벽곡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말로 죽든지 까무라치든지의 임하는 자세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영이 새롭게 바뀌는 것이다. 2번을 하셨으니 영이 두 번이나 새로워졌다는 말이 된다. 벽곡은 인체 내부를 점차 정화한다. 마침내 선천 태아 상태의 과정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또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전환과정을 실현한다. 사람의 생명이 '자연왕국'으로 달려가는 것을 제어하여 '자유왕국'으로 전변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생명을 관리하는 예술의 시작이다.

중국의 전진교는 이렇다. 시조는 한종리로, 종남산 석벽에서 영보경을 발견한 후 수행하여 신선이 된다. 2대조는 여동빈으로, 검술에 능통하며 죽지 않는 법을 터득해서 지금도 대만과 홍콩등지에 출현한다고 한다. 3대가 소설속의 유명한 왕중양이고 실제로 교세를 일으킨 사람은 4대인 구처기라 한다. 일설에 여동빈이 잘못된 수련법을 없애고 제대로된 법을 정립하기 위해 3천명의 제자들과 수련법의 반응에 대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대다수가 폐인이 되거나 죽고, 또는 크게 다쳤다고 한다. 현대에는 기공대사, 살아있는 신선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왕리핑 선생이 장문인이다.

전진교(全眞敎)의 용문파(龍門派)는 수진성선하는 산도(山道)로써 대도(大道)의 핵심으로 인류의 본원과 생화귀숙(生化歸宿)을 밝히며 수련한다. 용문파는 북오조(北五祖)에 근원을 두고 있다. 왕현보 조사는 종리권조사를 점화하고 종리권조사는 정과(正果)를 성취한 후에 여동빈(呂洞賓)조사에게 도(道)를 전하였다. 여조사(呂祖師)의 道는 유해섬,왕중양(王重陽) 조사에게 이어지니,도가에선 왕현보,종리권, 여동빈,유해섬,왕중양을 北五祖라 부른다. 왕중양 도계는 마단양,손불이,학대통,마처일, 유처현,담처단,구처기로 이어지고 도가에서는 북오진(北七眞)이라 부른다.

용문파를 개문(開門)한 분은 구처기(邱處機) 조사이다.그의 字는 통밀(通密)이며 호(號)는 장춘자(長春子)이다. 등주서하 사람으로 王重陽조사를 스승으로 수진성선(修眞成仙)하는 대법(大法)을 전수받아 은거 수행한다.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겪었으나 마침내 정과(正果)를 이루어 용문파(龍門派)를 세웠으며 천하에 도법(道法)을 널리 펼쳤다. 반면에 금선학회는 최승우, 김가기, 최치원, 의상대사 등에 그 기원을 둔다. 구체적으로 전진교에서 전해진 것이다. 수련 방법이 그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았음이 증명한다.

왕리핑 선생님(王力平師父)은 도교전진도용문파(道敎全眞道龍門派) 제18대(第18代)이다. 요녕성 푸순(撫順)사람으로 13세때 도교전진도용문파 無極道人(제16대), 淸靜道人(제17대),淸虛道人(제17대)께서 추배도의 안배에 따라 스승님을 찾고 여러 번 시험을 거쳐 道에 입문하였다. 스승님을 모시고 道敎全眞道龍門派 전통수련을 모두 거쳐 신선(神仙)이 되었다. 선생의 도호(道號)는 영생(永生)이며 별호(別號)는 고독거사(孤獨居士), 무심인(無心人)이다. 한국의 금선학회와 교류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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