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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등산, 등정, 등반

by 나무에게 2013. 12. 24.

등산과 등정과 등반은 어떻게 다른가? 등산은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산에 오르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등정은 산 따위의 꼭대기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꼭 산이 아니라도 꼭대기를 이루는 곳에 다다르는 것을 말함이다. 등반은 험한 산이나 높은 곳의 정상에 이르기 위하여 기어오르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등반은 대상이 험하고 힘들어 어렵다는 이야기다. 요즘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다. 이 개념에 비추어 보면 일반적으로 등정에 해당하는 산행이 위주다. 최근에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걷기다. 이것은 또 다른 개념이다. 산에 간다고 하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것으로 개념 지어 있다. 등산이라고 하거나, 등정이라고 하거나 작은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일을 굳이 구별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등반은 좀 더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어쨌든 산에 가면 사람들이 지나는 길이 점차 넓어진다. 사람의 발이 밟는 압력을 답압이라고 한다. 답압에 의해 산길이 딱딱해진다. 이 딱딱해지는 산길이 문제다. 보통 나무의 뿌리는 나무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나무의 성장에 필요한 수분을 나무의 뿌리가 흡수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크면 클수록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뿌리 역시 깊고 넓게 퍼져야 한다. 물론 많은 잔뿌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토양에 수분이 풍부하면 오히려 수목의 뿌리는 별로 자라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좋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건조한 토양에서는 다르다. 뿌리가 더욱 깊고 넓게 자라지 않으면 곤란하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는 지상부의 수관폭보다 뿌리의 뻗음이 몇 배나 더 깊고 넓게 뻗어 가는 경우가 된다.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나무가 성장하여 부피가 커지더라도 뿌리가 충분히 발달할 수 있는 토양 환경이어야 한다. 따라서 낙엽이 제거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부식이 많고 토양 구조가 떼알구조로 발달하게 된다. 낙엽-부식-떼알구조로 이루어지는 이런 형태에서 나무는 잘 자란다. 사람이 다니는 산길은 그렇지 않다. 겨울이 지나고 나면 훨씬 산길이 넓어지게 된다. 얼었다 녹는 길에서 신발에 묻는 흙이 지저분하다고 자꾸 덜 녹은 숲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겨울 지나면 산길은 자동차길처럼 넓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하여 나무계단 등을 설치하고 있다. 사람의 답압에 의해 나무의 뿌리는 아주 혹독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나무 밑동 주변이 사람에 의해 밟히게 되는 일이 나무에게는 매우 고통스런 일일 수밖에 없다.

산 뿐 아니라 학교 숲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화단이나 정원에 떨어지는 낙엽을 제거하는 일이 많은 데 이는 잘못된 행위다. 낙엽에는 질소를 비롯한 많은 양분이 있다. 양분의 순환을 단절시키는 것이 낙엽을 치우는 일이다. 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라기 위하여 필요한 무기양분의 60% 정도가 떨어지는 가지와 낙엽에서 공급된다. 낙엽이나 낙지를 걷으면 걷을수록 토양은 척박해진다. 거기다가 낙엽으로 덮혀 있던 토양이 노출되면 그만큼 토양 표면이 침식 받기 쉬워진다. 사람의 답압에 의한 피해 역시 커져서 땅은 점점 딱딱하게 굳게 된다. 낙엽은 긁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거나 하는 시각의 만족을 위한다면 한 장소에 모아서 퇴비를 만들었다 다시 토양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이또한 쉬운 일이 아닐바에는 그대로 낙엽을 두는 것이 좋다.

반대로 소나무 숲에서는 다르다. 매년 땔감으로 솔잎을 거두어 사용하던 때에는 오히려 땅의 부식을 적게하여 소나무 식생이 더욱 좋게 유지되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산의 모든 낙엽을 건드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솔잎 역시 치울 수 없게 되었고, 식생이 변화된 것이다. 따라서 소나무 뿌리에 공생하는 균근균의 활동도 변화되어 식생이 바뀐다. 소나무 숲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할 때는 소나무 숲 밑의 낙엽 치우기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소나무 숲을 번성시키게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소나무는 사람의 적당한 간섭이 오히려 숲을 번창하게 한다는 말이다. 조선시대에 그렇게 소나무 숲이 많았던 것도 불쏘시개로 솔잎이 많이 이용되었던 연유에 기인한다. 반면에 현대에 자꾸 소나무 산꼭대기로 밀려나는 것은 사람이 소나무 숲에서 긍정적인 간섭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낙엽을 치워서 모아 두었다가 퇴비를 만들어 다시 토양에 환원시킬 수 없다면 낙엽을 치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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