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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물푸레나무

by 나무에게 2015. 7. 22.

물푸레나무 / 온형근




넘쳐 난 계곡물 가라앉을 때쯤

물푸레나무 잎새에서 푸른 색소가 자랄 테지

처음에는 뿜어낼 줄 몰라

퍼질러 곳곳으로 흩어졌다가

검은등뻐꾸기 찾아와 한참을 앉아 있을 때쯤

아랫녘에서 치밀어 오른 바람이 뜨거워질 때쯤

숨 벅찬 상처

주변 나무들에게 나누질 못해

바짝 잎새를 조일 텐데

젖은 기운 잎맥으로 몰려 마른 잎새 물드는데

통통한 잎자루로 착한 시선 잔뜩 모아

눈매 시원해지는데

맑아진 계곡물 흙탕물 걸러낸 곳으로

아픈 상처 자주 떨구는 고개

손끝만 닿아도 툭 터져 쏟아낼 뭉침

저러다

터진 수액으로 당신의 무른 살점 비집고

푸른 상처로 몇 날 밤을 아파 잠 못 이루고

맑은 계곡 모두 새파래져

씻어내려면 또 몇 차례 비 쏟아져야 할지

저 빗속에서 목청 터지라 함께 소리 질러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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