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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숲의 기원

by 나무에게 2015. 7. 24.

숲의 기원 / 온형근




그녀와 헤어진 숲은 고요하여

가슴 허전한 산길의 모퉁이를 삼킨다

어깨로 흐르는 들뜸이나

발끝으로 전해지는 아득한 울렁거림까지도 짐짓 모른 채


이미 그녀는 고요에 길들어져 울면서 소리 지른다

그래 속으로 풀어지는 것이라고

나무 한 그루씩 다가서서는 속내를 가다듬고 껴안는다


그녀의 속삭임에 숲의 모공 일어나

곳곳 막혀 범벅이던 수액의 바람길

큰 바람 작은 바람 시원하게 풀린다

큰 길 오솔길에 풀잎처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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